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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29. 2024

라식 환자 보호자의 하루

  중국 상해에 살고 있는 동생이 라식 수술을 하기 위해 귀국했다. 이직하게 되어 시간이 좀 나서 한국 들어오는 김에, 동생이 늘 하고 싶어 했던 시력교정술을 하기로. 참고로 나도 동생도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이나 렌즈를 쓰는데, 나는 겁이 많아서 눈에 칼 대는 건 엄두도 못 내지만 동생은 도저히 안경과 렌즈의 불편함을 견딜 수 없다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병원 알아보기

 

 나는 잠실에서 근무하는데 근처에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큰 안과가 있어서 거기서 하는 걸 알아보다, 주변에서 ‘그냥 강남의 유명한 안과에서 하는 게 최고다’라는 조언을 듣고 강남 쪽 안과들로 방향을 틀었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검색해 보고 병원 사이트들도 뒤져서 후기가 많고 평점이 좋은 병원 몇 개를 추렸다. 동생이 가장 선호했던 시력교정술은 ‘스마일 라식’으로 라식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해서 각막을 좀 덜 절개하는 수술이라고 한다. 후보로 고른 병원에 전화 문의하니 아주 친절하게 수술 종류에 따른 사전 준비 사항, 가격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블로그로 찾아보니, 그 병원에서 수술받은 지인이 있다고 하면 지인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그 할인폭이 꽤나 컸다. 블로그 이웃 어떤 분이 그 병원에서 스마일 라식을 받으셨다고 해서 지인 할인은 이 분 도움을 받기로. 연예인들도 수술 많이 한 병원이고 가격도 괜찮아서 여기로 예약을 잡았다.


 그런데 동생이 친구를 만나고 오더니 새로 병원을 알아왔다. 친구가 라섹을 했는데, 그 병원이 추천할만하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가 해당 병원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어서, 거기도 지인 할인을 받을 수가 있다고 했다. 찾아보니 그 병원도 수술 건수가 많고 유명인들이 찾은 곳인 데다, 무엇보다 그 병원 의사들도 병원에서 시력교정술을 받았다는 안내가 있어서 믿음이 갔다. 그래서 동생이 그 자리에서 새 병원에 예약을 했다고. 기존에 예약한 병원에는 예약 취소를 했는데 취소 건도 너무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조금 미안할 지경이었다.


 동생은 5월에 다시 중국으로 출국해야 하기에 최대한 빠르게 수술을 받고 싶어서 당일 검사&당일 수술로 예약을 잡았다. 당일 검사&수술 코스로 선택하면 또 할인이 되더라. 아무래도 비싼 수술 장비 값을 수술 횟수로 메꾸게 되는 걸 텐데, 정가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할인되는 항목들이 있으니 사전에 잘 알아보고 가는 게 좋겠다.



수술 사전 준비

 

 시력 교정술을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 우선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이라면 수술을 앞두고 며칠간은 렌즈 착용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소프트 렌즈의 경우 5일 정도 착용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하드 렌즈나 드림 렌즈는 그 권장 기간이 더 길었다. 각막에 손상이 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인 것 같다. 그리고 세수하고 스킨만 바르고 오라고 했다고. 병원에 클렌징할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가급적이면 선크림 포함, 화장을 하지 말아야 하나보다. 향수도 안되고. 옷도 후드티 같은 옷은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 당일에는 선글라스, 티슈를 챙겨야 한다. 스마일 라식을 하면 회복이 빨라서 혼자 다녀올 수도 있다고 하던데, 동생의 경우 검사해 보고 어떤 수술을 받을지 정해질 거였기 때문에 나도 보호자로서 따라갔다. 눈 수술이니 가급적이면 보호자를 동반해서 가는 게 좋겠다. 병원 예약하면 안내 문자며 알림톡이 자세히 오기 때문에 그 안내 사항을 잘 지키면 된다.


수술 당일

 

 병원은 신논현역 근처에 있었다. 오랜만의 강남 나들이에 우리 자매는 조금 신나 버렸다. 1시 50분 예약이었는데, 병원 건물이 생각보다 컸고 접수하는 층은 무슨 식물원 마냥 쾌적하고 초록 나무가 많았다. 이것이 강남 대형 안과의 위엄인가.. 접수처에 이름을 대니 a 씨 지인이시군요 하고 먼저 말씀해 주셨다. 잠시 대기하는데 태블릿을 주시면서 안내 영상을 보라고 하셨다. 5분 남짓한 영상에는 시력 교정술 종류별로의 장점과 부작용이 나왔다. 그리고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평소 렌즈 착용여부, 알레르기 여부, 선호하는 시력교정술 등을 기입한다. 문진표를 접수처에 제출하고 동생은 검사를 받으러 갔고 나는 대기했다.


사전 검사 항목이 많았다


 기본 시력/난시/근시 검사부터 해서 각막 두께와 모양을 보는 검사,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검사 등 굉장히 다양한 검사를 했다고 한다. 검사하고 오는데만 한 시간가량이 걸린 듯하다. 그리고 그 결과지를 가지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에 들어갔다.

 내 동생의 경우 각막 두께는 정상범위이지만 모양으로 봤을 때 그렇게 튼튼한 편은 아니고 두 눈의 시력 차이가 꽤 나는 편이어서 라섹을 가장 추천하고 그다음이 라식. 스마일 라식은 가장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라식은 각막을 절개하고 레이저를 조사하고 덮는 거고, 스마일 라식은 각막의 절개 범위가 일반 라식보다 적지만 방식은 유사, 라섹은 각막 겉면을 깎아내는 거라고 이해했다. 그러다 보니 라섹은 회복이 라식에 비해 더디고 고통(?)이 오래간다고. 동생의 경우 곧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도 하고, 5월 초에는 본가로 내려가야 해서 가급적이면 회복이 빠른 수술을 원했다.


 그래서 원래 하고 싶었던 스마일 라식은 포기하고 일반 라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각막의 굴곡을 없애주고 촉촉함을 촉진해 주는 옵션을 추가했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각막이 아주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감각기관 수술이니까 이런 옵션을 넣어야 안심이 된달까. 나 같은 쫄보 입장에서는 이런 시력교정술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수술 집도하는 의사들도 그렇고.


 수술 종류를 정하고 나자 일사천리였다. 동생은 옵션으로 추가한 수술 관련한 검사를 하러 이동했고, 나는 수술 후 점안해야 하는 안약을 대신 타러 약국으로 갔다. 항생제, 소염제, 인공눈물과 함께 잘 때 무의식 중으로 눈 부위를 긁지 않게 하기 위한 고글, 수술 후 먹을 진통제를 샀다. 그리고 수술하는 층에서 동생을 만났는데, 동생은 자가혈청안약 제조를 위해 채혈도 했다. 당사자의 피에서 만들어진 안약이라니 회복에 무지하게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했다. 그리고 동생은 수술실로 들어갔고 선생님이 눈가를 쓱싹쓱싹 씻겨 줬다고.


 동생이 수술실로 들어간 뒤 가방 정리를 하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동생이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나왔다. 수술이 벌써 끝났다고? 진짜 5분 정도가 걸린 것 같았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끝나는 수술이라니. 동생을 의자에 앉히고 선글라스를 씌우고 진통제부터 먹였다.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그런지 아프진 않고 조금 시리다고 했다. 수술하면서 잠깐 시야가 깜깜해지는 순간이 있다고 해서 패닉이 오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선생님들이 지금 뭘 하고 있고 어떻게 느껴질 거다라고 자세히 말해주면서 수술을 진행해서 안심이 되었다고 한다.


 직원분이 자가혈청 안약을 전달해 주시고 수술 후 점검 일자를 잡아주셨다.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안내해 주시는데, 굉장히 체계적이더라. 어기적어기적 걷는 동생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동생은 눈물이 줄줄 흘러서 티슈를 눈 밑에 붙이고 있었다. ‘아니 내가 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눈물이 난다고’ 항변하는데 수술실에 뽀송한 채 들어간 동생이 수술 후에는 불어 터진 물만두 처럼 되어서 측은..  눈물이 나니까 콧물도 나고, 본의 아니게 동생은 훌쩍훌쩍하면서 집으로 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지하게 사연 있는 사람인 줄 알았을 거다.


수술 이후

 

병원에서 준 주의사항 팜플렛

 

 동생이 마취가 풀리면서 눈이 너무 시리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빛을 보는 것도 자극이라 방에 불을 꺼놓고 가만히 눕혀놨다. 그냥 누워있으면 심심하니까 라라랜드, 맘마미아 같은 뮤지컬 영화를 틀어두고.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어서 거의 감고 있었다고 한다. 수술 후 3시간 지나면서 안약을 점안해야 하기 때문에 알람을 맞춰두었고, 오후 6시부터 안약들을 넣었다. 항생제, 소염제, 자가혈청 안약을 5분 간격으로 넣어주고, 중간중간 인공눈물도 넣었다. 근데 안약을 점안하는 것도 아프다고 하더라. 어쨌든 안약도 각막을 건드리는 거니까. 라식하고 나면 그냥 가만히 누워있는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도 없으니. 그래서 가능하다면 최대한 오후 늦은 시간에 수술하는 게 팁이란다, 수술하고 그냥 잠들어버리도록.


 가장 어두운 불을 켜두고 동생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와서 밥을 먹었다. 밥은 먹어야 하니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먹는데, 진짜 불쌍해 보였다. 수술 당일에는 좀 아프지만 다음날부터 일상생활 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하던데. 정말 수술 당일에 아무것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구나. 그래도 처음 안약 점안했을 때보다 두 번째 점안할 때는 덜 아프다고 했다. 불 꺼진 방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 밖에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수술 자체는 혼자 가서 받아도 무방하지만 수술 후 당일은 앞이 제대로 안 보이고 눈물이 줄줄 흐르니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안약 넣어주고, 밥 먹이고, 휴지 가져다주고.


 다음 날이 되자, 동생은 좀 기운을 차렸다. 눈부심이나 시림이 많이 없어져서 선글라스도 벗었고, 안약도 스스로 넣었다. 수술한 날은 힘들지만 다음날부터는 급격히 회복이 되는 모양이었다. 병원에서 선글라스는 수술 당일만 써도 된다고 하는 거 보니 다음날에는 선글라스 없이 외출해도 되는 것 같았지만, 왠지 더 여유 있게 회복해야 할 것 같아서 종일 해를 피해서 집에 있었다. 일주일 뒤 점검 차 한번 더 병원에 가야한다.


 고통을 이겨내고 얻어낸 시력이니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애프터 케어도 최선을 다해야지. 안약 시킨 대로 잘 점안하고, 인공눈물 수시로 넣고, 핸드폰이나 책, tv 시청 자제하고. 그러면 정말 가만히 누워서 음악 듣기밖에 못하지만 10년의 시력을 위해서 며칠은 양보할 만할 것 같다. 이 고충을 옆에서 지켜본 이상, 이제 주변에 라식 수술을 한 사람이 있다면 ‘당신 정말 장하구나~’ 하고 엄지를 치켜세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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