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꾸의 어린 시절 사진을 정리하며
엄마 친구의 아시는 분이 개를 키우는데, 이번에 새끼를 낳았으니 혹시 생각 있으면 데려가라고 하셨다. 여러 마리 낳았는데 딱히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개장수에게라도 팔아야 하게 생겼다고 해서, 달려가 제일 눈에 드는 애로 데려온 게 뿌꾸. 사실 나와 동생은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집 강아지 입양하는 과정은 순전히 우리 엄마 아빠의 의사결정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새끼 누렁이를 데려오셨다고.
우리 시골집에 드디어 강아지가 생겼다는 말에, 제발 사진이랑 영상 좀 많이 보내달라고 빌다시피 하는 우리 자매 등쌀에 부모님은 나름대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 2016년도에 보급형 핸드폰으로 찍은 저화질에 흔들리고, 초점 나간 사진들 속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어린 시골개 특유의 순둥한 오오라. 누런 털 색깔 때문인지 몰라도 묘하게 감자처럼 생겼다, 못생겼다 하는 인상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귀여웠다. 겨우 2~3개월 남짓한 어린 시절부터 똥강아지 기질이 돋보였던 뿌꾸는 여느 시골 강아지처럼 멍~하게 생긴 데다, 새끼라 그런지 몸에 비해 머리가 커서 마당을 뒤뚱뒤뚱 걷다가 넘어지곤 했다. 세상에, 못 생긴 데다 좀 이상해, 바보 같아. ‘바보 같다’는 감정이 ‘어라 조금 귀여운가?’로 바뀌고, 한국인으로서 참을 수 없는 클리셰가 발동한다. 나는 평생 이 누렁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름을 뭘로 지을까 꺅꺅 거리며 고민하던 우리 자매의 노력이 허무하게도, 이미 강아지는 뿌꾸로 불리고 있었다. ‘뭐야 그 촌스러운 이름은!’ 싶었는데 막상 집에 내려가서 직접 강아지를 마주하니, 딱 뿌꾸처럼 생겨서 반박 의지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6개월이 되기까지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게 보였다. 한두 달에 한 번씩 휴가를 내서 부모님 댁으로 놀러 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훅 부장님 스타일의 시골 누렁이 외모가 되어있는 뿌꾸를 보고 놀란 적도 있다. 아니, 누렁이가 맞기는 한데 내가 본 사진 속 우리 집 누렁이랑 너무 얼굴이 다른데?! 강아지 키우면서 흔히들 겪는 ‘원숭이 시기’였나 보다. 강아지들 보면 어린이 시절에 좀 못생겨지는 시기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훅 커버리다니, 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간 부모님이 ‘강아지 귀엽제’ 하고 보내주신 많은 사진들이 있어, 나는 내가 못 본 시절의 뿌꾸도 너무도 잘 상상하고 마는 것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박스 안에 쏙 들어가 잘 정도로 조그마했는데. 진도믹스는 쑥쑥 큰다는 사람들 말에 아빠가 직접 나무부터 골라서 뿌꾸 집을 단열재 시공하고, 창문까지 넣어가며 만들어줬건만, 뿌꾸의 성장은 18kg에서 멈췄고 아빠는 약간 서운해하셨다. (더 잘 먹였어야 했나 하며) 지금은 8세, 어엿한 중년 누렁이가 된 뿌꾸,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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