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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토세 공항 탐험

라멘거리, 로이스 초콜릿 월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쇼핑

by 산들

(2025년 5월 26일 여행)


삿포로 여행을 위해 신치토세 공항에 입국하며 가진 첫인상은 ‘와 공항에 별 게 다 있네!’였다. 입국한 날은 맥도널드 치아카와 해피밀 시리즈를 빨리 구하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시내로 향하는 전철로 직행했지만. 귀국하는 날에는 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해서 구경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후 비행기였지만 신치토세 공항에서 밥 먹고 구경할 생각으로 아침 일찍부터 공항으로 향했다.


듣자 하니 신치토세 공항은 홋카이도의 대표 공항으로서, 일본 내국인들의 여행목적지 공항으로도 인기가 높고 가리비, 게 등의 해산물과 어묵, 유바리 멜론, 유제품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품들이 많은 탓에 늘 북적인다는 듯. 그래서 공항에 시내 못지않게 맛집과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삿포로 여행 후 많이들 사 오는 롯카테이나 치즈케이크로 유명한 르타오도 공항에 있기 때문에 굳이 시내에서 무겁게 사서 공항까지 가져올 필요가 없다. 물론 시내 점포에서만 파는 품목들도 있다고 하지만 유명한 아이템들은 웬만해서는 신치토세에 있으니 시내에서 못 산 경우 공항 찬스를 놓치지 말자.


기장 피카츄라니.. 너무 귀엽다..



삿포로 라면거리 ‘테시카가 라멘’


삿포로에서 내가 먹고 싶었던 유명한 먹거리로는 수프카레, 양고기 징기스칸, 게 요리, 된장라면이 있는데, 된장라면을 놓쳐서 공항 내 위치한 북해도 라면골목으로 가보기로 한다. 목표는 된장라면에 버터와 옥수수를 넣은 미소콘버터 라면! 새우로 굉장히 유명한 라면집도 있었는데 여긴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고 새우는 내 목표가 아니어서 근처의 ‘테시카가 라멘’이라는 곳으로 가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딱 대표 라면으로 된장 라면에 콘버터 토핑이 있길래, 그걸 주문했다. 미소라면 980엔에 콘버터 토핑은 150엔. 그리고 미니교자도. 역시 라면만 먹으면 허전하단 말이지.


공항 내 라면거리가 있다니, 좋구먼
입점한 라면가게들, 다 유명한 곳이라는 듯
번역이 ‘지고기 차슈 된장 라면‘이라니 무슨 뜻이지


라면은 빠르게 나왔다. 국물부터 한 스푼 떠먹어 봤는데 진하고 짭조름한 된장 육수가 일품.. 5월의 삿포로는 내게 약간 추웠는데, 쌀쌀함을 녹이는 맛이었다. 휘휘 저어 버터를 녹이니 국물맛이 한층 고소하고 부드러워졌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조용히 후루룩 흡입했다. 한 입 사이즈의 교자도 부추가 들어가 있어 맛있었다, 육즙도 좋았고. 다만 일본 라면이 으레 그렇듯 역시 좀 짜다. 한국 사람이라면 나중에 꼭 물을 찾게 되는 맛. 하지만 돈코츠 라면을 좋아하는 내게는 이 진한 된장 라면이 입맛에 잘 맞았다. 삿포로를 떠나기 전, 성공적인 마지막 식사였다!


된장 라면과 교자, 필승 조합!


라면을 먹고 나니 단 게 먹고 싶어졌다. 근데 공항에서 ‘신치토세 공항 소프트 아이스크림 특집’을 하는 게 아닌가! 이 공항에 소프트 아이스를 파는 가게가 무려 37군데… 광고판에는 소프트 종류가 진한지, 연한지 맛의 종류에 대해서도 분류해주고 있었다. 나 소프트 아이스크림 진짜 좋아하는데!! 한층 흥분한 얼굴로 일단 소화를 시키기 위해 좀 걸어서 공항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꺅 무려 ‘소프트 크림 특집’ 이래! 다 먹어보고 싶다!!



로이스 초콜릿 월드


공항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로이스 초콜릿 월드! 일본 공항에서 인기 많은 기념품 중 하나인 로이스 초콜릿. 생초콜릿이 유명한데, 나는 로이스의 판초콜릿을 좋아해서 매번 사 온다. 근데 로이스도 고향이 삿포로라고 한다! 몰랐어.. 어쩐지 신치토세 공항 내 로이스 초콜릿 월드가 떡하니 있더라니. 작은 박물관처럼 로이스의 역사에 대해 전시한 곳이 있고, 실제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퍼포먼스를 위한 것인지 기본 판초콜릿 제작 같은 건 아니고, 판다나 축구화 같이 좀 독특한 모양의 초콜릿을 기계가 만들고 사람이 마무리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초콜릿 덕후는 두근두근
다양한 로이스 제품을 구매할 수 이는 로이스 초콜릿월드
이게 다 초콜릿이라고요..?
팬더 너무 귀엽다..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일부 제품은 신토세 공항 한정이라고 한다. 기계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판다 모양 초콜릿 형태를 잡는 게 너무 신기해서 넋 나간 듯 계속 보고 있었다. ‘저 귀여운 걸 어떻게 먹어..’하는 생각과 ‘와 진짜 맛있겠다’ 하는 상반된 생각을 머리 위로 띄운 채.. 여기까지 왔으니 다양한 로이스 제품도 구경해 봐야겠지, 하고 바로 옆의 가게로 이동했다. 판초콜릿을 몇 개 담고 공항 한정이라는 상품들도 몇 개 골라 담았다. 그리고 공항의 특권, 로이스 베이커리도 있었다! 마치 고디바 베이커리와 비슷한 느낌. 라면을 배 터지게 먹어서 그런지 당장 빵까지 많이 먹긴 힘들어서 초코 타르트 하나만 담았다. 로이스를 좋아한다면 이곳은 꼭 들르시길, 마치 천국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로이스 밀크 판초콜릿
선물용으로도 좋을 듯
초코 타르트를 샀는데 설탕가루로 뿌려져 있던 R이 지워졌다 ㅠㅠ
로이스는 가방도 귀엽다!


배가 더 꺼지지 않았지만 비행기 타기 전에 하나라도 더 먹어야겠기에 어디 소프트크림을 먹을지 고민했다. 나는 농후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항 안내문을 보고 고민하다 로이스 초콜릿 월드와 가까이 있는 ‘져지 브라운’으로 향했다. 홋카이도의 유제품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삿포로에서는 어디서나 맛있는 우유를 많이 마실 수 있어 행복했다. 져지 브라운에서도 소프트만 먹으려다 병우유가 있길래 하나 집어왔다. 제품 옆에 장식되어있는 젖소도 너무 귀여웠고.. 한국에서 우유값이 날로 비싸져서 우유를 거의 송아지 수준으로 마시는 나는 너무 슬프다. 정말 우리 집은 젖소를 하나 키우는 게 낫겠다 싶은데.


패키지부터 맛있어 보이는 우유!
유제품 덕후의 행복한 순간


소프트 아이스를 한 입 떠먹는데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고 진하고… 맛있다. 내가 역량만 되었어도 이 공항의 다른 소프트 아이스도 먹으러 다니며 맛 비교를 했을 텐데. 더 많이 먹을 수 없는 위장을 탓해본다. 우유도 진하고 깔끔한 맛. 우유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는, 신선한 맛이었다. 물론 일반 우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격값을 하는 맛! 맛있는 걸 먹고 감탄하고 행복해하는,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맛있는 간식 외에도 이 공항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포켓몬부터 산리오 친구들, 도라에몽 등. 캐릭터 좋아하는 내게 이만한 천국이 없다. 어린아이들도 눈 돌아갈 것이기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신치토세 공항에서 동선을 조심하시길. 물론 오타쿠 어른들도.. 조금만 방심해도 당신의 지갑은 털립니다.


멋을 잔뜩 부린 초등학생 같은 산리오 친구들
포챠코가 너무 귀여워..!!


도라에몽 가게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친절한 직원분이 사진도 찍어주고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카드도 주셔서, 사양 않고 적었다. 다음에 오면 더 맛있는 걸 더 많이 먹을 수 있기를! 200퍼센트 진심이다. 삿포로는, 이 땅은!! 맛있는 게 너무 많아!!!

안녕 도라에몽!
저 앙증맞은 눈웃음 좀 보세요
진심으로!!


그 외 공항 내 기념품 가게에도 귀여운 아이템들이 많았다. 아까 밖에서 기장 옷을 입은 피카츄를 봤는데, 어느 가게에서는 기장 버전의 하치와레를 발견해서 참지 못하고 구매. 전부터 갖고 싶었던 에노덴 기차 토미카도 발견해서 샀다! 삿포로 공항에서 가마쿠라 기념품을 구하다니, 제법 운이 좋다.


해산물 식재료와 어묵도 팔고 있어서, 어묵들 몇 종류를 샀다. 한국까지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냉장 포장을 잘해주셨다. 공항 내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는 거의 없는데, 아기자기한 캐릭터 상품이나 식재료는 풍부한 편이다. 그리고 국제선 내 들어가면 규모가 굉장히 큰 드럭스토어도 있다. 물론 가격은 시내의 드럭들보다 비싸지만. 향 좋은 바디 제품을 사고 싶었는데 여기서 맘에 드는 것들을 발견해서 구매.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면 공항 내 드럭을 찾아보자.


일본 여행을 20번 넘게 다녔는데 홋카이도 땅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맛있는 걸 많이 먹었고, 마음에 드는 공원을 두 개나 발견했고, 오타루에서는 취향에 맞는 보물들을 찾아다니며 행복했다. 일본 공항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는데, 신치토세는 공항 자체로도 매력이 넘쳤다. 맛집이 많고, 인기 있는 간식거리들이 많고, 식재료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공항 발권하는 구역에는 통유리가 많아 채광이 멋졌고 개방감이 있어 쾌적했다. 그동안은 귀국 공항 중 하네다가 맛집이 많고 할 거리가 많아서 좋아했는데, 이번에 내 맘속 1위로 등극한 신치토세 공항.. 다음엔 공항 구경을 더 야무지게 해보고 싶다.

JAL 비행기가 동글동글 귀엽다
아이쿠 귀여워 ㅠㅠ
좋아하는 에노덴 기차 토미카!
털게가 유명하 그런지 이런것도 판다
향 좋은 바디로션들, 가벼워서 여름에 쓰기 좋다
여기서 파는 이로하스 물은 홋카이도의 천연수!
홋카이도 3박 4일 여행의 수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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