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엔, 미나토미라이 야경, 야마테서양관, 차이나타운, 아카렌가 창고
(2025년 12월 5일~9일, 요코하마/도쿄 여행)
올해도 연말이 되어 리프레시 여행으로 도쿄로 떠나기로 했다. 도쿄에서만 시간 보내기에 뭔가 아쉬워 근교 여행지를 찾다가 선택하게 된 요코하마. 도쿄에서 전철로 3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요코하마는 도쿄 근교 여행지의 대표격이다. 그리고 나는 겨울이 되면 늘 일본 가수 ‘SEKAINO OWARI’의 ’Yokohama blues’를 듣는데, 그 노래 듣다 번뜻 생각이 나서. 이번 도쿄 여행의 근교는 요코하마로 정했다.
https://youtu.be/dbWCvot_stY?si=fgkHxs72PW48A60W
산케이엔
잠실에서 일하며 쌓인 독기를 빼내고 싶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국가지정 명승 ‘산케이엔’. 메이지 시대부터 무역 등으로 부를 축적한 요코하마의 실업가 ‘하라 산케이’가 조성한 17.5만 제곱미터의 일본정원이다. 제대로 입장하기도 전에 중국 매화림 구역의 중국 컨셉 건축과 연못이 눈에 띄었다. 이런 곳을 보면 괜히 들어가서 속속들이 다 보고 싶어 진다니까.
12월 초에 가니 단풍은 거의 져버렸지만, 바닥에 쌓인 알록달록한 잎사귀들이 주는 낭만이 있었다. 나무와 연못이 주는 차분함도 좋았고. 구경하며 걷다 보니 대연못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 오리가 왜 이렇게 많아.. 몇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오리들이 호수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근처에 보니 오리에게 줄 수 있는 빵가루도 팔고 있던데, 누군가 빵가루를 날려주니 우르르 몰려와 열심히 주워 먹는다. 오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구경해 보는 건 생각도 못해봤는데.
오리는 약과였던 걸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보니 원숭이 쇼를 하고 있었다. 원숭이가 직원분과 호흡을 맞춰 점프하는 쇼였는데, 이거 원숭이 착취 아닙니까! 하기엔 원숭이랑 직원분의 호흡이 너무 찰떡이고.. 원숭이가 짜부되도록 직원분이 원숭이를 껴안고 뽀뽀하고 계셔서.. 그냥 같이 돈 버는 사이인, 사이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원숭이짱도 돈 벌기 위해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될 줄이야.
뒷짐 지고 어슬렁 거리면서 피톤치드와 눈에 좋은 초록색을 잔뜩 담은 후 돌아 나왔다. 산케이엔은 역과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역까지 가려면 또 자연스레 산책을 하게 되는데, 마을이 부내가 나는 것이 약간 가마쿠라 쪽 주거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요코하마 야경
그리고 요코하마에 넘어와 도시 감각을 한껏 즐겼다. 관동에서 야경 하면 미나토미라이라고 하던데, 그걸 구경하러 넘어왔는데 시간이 좀 이른가 싶었다. 그런데 해가 생각보다 더 빨리 져서 럭키! 여기는 체감 상 오후 4시 반이면 해가 진다. 겨울의 저녁이 빨리 시작되고, 야경도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
요코하마 코스모 월드의 대관람차가 이곳 야경을 제대로 휘어잡고 있다. 압도적인 크기의 대관람차는 시시각각으로 빨갛다가 파랗다가 무지개색을 뿜다가.. 멀리서 바라보면 끝없이 보고 서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당한 밸런스로 치솟는 고층 건물의 야근하는 불빛들도 아름답고.
그리고 거닐다 보니 생각났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배경지도 요코하마였다! 극 중 여주인공 미쿠리의 이모, ’유리짱‘이 일 하는 건물이 어딘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남주인공 ‘츠자키’가 소리 지르면서 달려가던 다리도 어딘지 알 것 같고! 좋아하는 드라마의 배경지에 와 있다니! 새삼스레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나도 츠자키처럼 으아아아아아 하면서 달려야 할 것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주변인들에게 위협이 될 것 같아 참았다 ㅋㅋㅋ
야마테 서양관
둘째 날은 야마테 서양관에서 여행을 시작! 메이지 시대 외국인들이 거주하던 야마테 지역의 외국인들 집을 통칭해 야마테 서양관이라 부른다. 지금 마침 유명한 저택 몇 군덴 각 국가의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가장 눈이 갔던 것은 영국인 무역상 베릭씨가 살던 베릭 홀.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테마였는데, 민트 톤의 식당, 응접실, 침실 다 너무 이뻤다. 이층짜리 건물이었고, 서양관 종류 중 가장 규모가 큰 듯했다. 여러 개의 방을 구경하는데 귀여운 모양의 창문이 여기저기 있어 채광이 좋았다. 절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너무 맘에 들었던 건물.
또 다른 명물 ‘야마테 111번관’에 들렀는데 여긴 한국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생각도 못하고 방문한 거였는데, 한국 테마라니. 너무 반갑잖아~ 거실은 태극기의 색으로 꾸며졌고, 식당의 한국적 식기 세팅에 힘을 쏟은 듯했다. 한쪽 방에서는 우리나라의 경기도, 부산 등 지역의 홍보 영상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일본인 관광객들이 서서 그걸 유심히 지켜보더라. 왠지 뿌듯했다. 확실히 요즘 한국 음식, 음악, 영화 등이 더더욱 인기가 많아져서 우리나라 문화의 힘이 커진 것을 느낀다. 몇십 년 전에는 일본인들이 재일교포들이나 한국인하면 가난하다면서 깔봤다고 하던데, 그 인식이 바뀐 계기가 드라마 ‘겨울연가’라고 하더라. 그 드라마가 히트를 쳐서(욘사마, 지우히메 센세이션) 일본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와 배우에 관심이 생겼고 그것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금은 두 번째 웨이브가 아닐까 싶다.
야마테 서양관은 언덕에 위치한 부유한 서양인들의 고급 주거지였다는 점에서 고베의 기타노이진칸도 떠올랐고. 참 산책하기 좋은 동네였다.
차이나 타운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학생 때 좋아했던 모닝구무스메(모무스 아시나요..? 저의 연식이 드러나는 ㅋㅋㅋ)의 고토마키가 요코하마 차이마타운에 대한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요코하마에서 고베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데, 서양인들 동네와 커다란 차이나타운이 있는 건 개항한 항구 도시의 공통점인가 보다. 고베의 차이나타운에서는 교자들을 먹었는데 여기선 뭘 먹을까 하다 눈에 보이는 깔끔한 식당에 들어가 샤오롱바오와 새우챠항을 주문했다. 샤오롱바오의 피가 좀 두꺼운 편이었지만 육즙이 가득하고 정말 맛났다. 새우 볶음밥은 말해 무엇, 기본 중의 기본이지. 간이 살짝 나한테는 센 편이었지만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잘 먹었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차이나타운은 늘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 저렴한 길거리 음식도 많아서인지 학생들도 많고, 구경 나온 관광객들도 많고. 인파에 떠밀려 걷다 보니 밀크티 노점이 보여 타로 밀크티를 사서 마시며 걸었다. 쫀득쫀득 타피오카는 정말 씹는 재미가 있다니까. 기분 탓인지 한국의 밀크티 펄 보다 좀 더 부드러워서 먹기 쉬운 느낌이었다.
아카렌가 창고
아카렌가 창고 쪽으로 향하는데 이 도시는 정말 공원이 많다고 느낀다. 그리고 강아지도 많다. 동물과 공원 좋아하는 나에겐 호감도 200퍼센트의 도시. 바다도 지척이고!
아카렌가 창고는 옛날엔 해상무역으로 오가던 화물을 보관하던 창고였는데, 지금은 맛난 식당과 카페, 귀여운 잡화점,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섰다. 향수 만들기, 나만의 룸 프레그런스 만드는 가게, 비녀 가게가 눈에 띄었다. 요코하마 테마의 시바견 아크릴 스탠드 가챠가 있어 지나치지 못하고 돌려봤는데, 차이나타운 라면 시바가 나왔다 ㅋㅋㅋ 정말 너무 귀여운 디테일. 아카렌가 창고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지만 오늘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줄 과자들만 사고 물러났다.
이 날은 특히 밖에서 크리스마스 마켓도 하고 있어 더더욱 인파가 몰린 듯. 마켓 구경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진짜 어림도 없지, 대기 줄이 한가득이었다. 이거 대충 잡아도 두 시간은 서서 기다려야겠는데.. 기다릴 인내심도 체력도 없는 나란 사람은 그냥 깔끔히 포기한다. 한쪽에는 아이스링크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링크를 꾸민 일러스트가 넘 내 취향이라 눈이 갔다. 좋은 것들이 잔뜩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방송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 조사에 요코하마가 늘 상위권에 있던데. 확실히 요코하마는 모던하고, 쾌활하고, 여유가 있다. 그리고 다양성을 품어두는 공기가 흐른다.
이건 항구도시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신사라든지 그런 일본 전통 관광지는 별로 없지만, 도쿄보다 여유로운 바이브를 느끼고 싶다면 요코하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