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케부쿠로 치이카와 파크 방문기

어른의 동심을 자극하는 치이카와 오타쿠 투어

by 산들


(2025년 12월 7일 방문)


그동안 도쿄 여행하며 숙소는 교통이 편리한 신주쿠나 우에노로 잡았었는데, 이번에는 이케부쿠로로 잡았다. 이케부쿠로 하면 오타쿠의 성지. 이번 여행은 덕질을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참고로 오타쿠 성지하면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가 손꼽히는데 전자는 남성향, 후자는 여성향이 진한 곳이다.


이케부쿠로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치이카와 파크’. 치이카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제일’이라면서 대상이 복수형인 것은 제가 여러 캐릭터를 좋아하는 잡덕이기 때문이겠죠), 만화/애니메이션이 있는데 많은 등장인물 중 ‘쿠리만주’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치이카와 파크 방문도 쿠리만주 인형을 데리고 갔다. 수달에서 착안된 캐릭터인데, 머리통 모양이 밤만주처럼 생겨서 이름이 쿠리만주다(‘쿠리’는 일본어로 밤이라는 뜻). 늘 맛있는 음식에 반주를 곁들이며 ‘캬하~’하는 감탄사를 내뱉는데 그게 너무나 귀엽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걸 보면 주인공 3인방보다는 연령이 있는 편인 듯.


치이카와는 언뜻 보기에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지만, 주인공들이 토벌이나 풀 뽑기 같은 노동을 하고 거기에 대해 보상을 받아 살아가는데, 성실, 허무, 질투, 노력, 실패, 우정, 보상 등 다양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줘서 어른팬들도 많다. 무엇보다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귀여움!


표는 사전에 클룩 통해서 예매했다. 사실 방문 시간을 확실히 못 정해서 방문 예정일 이틀 전에야 예약시도를 했는데,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치이카와 파크는 ‘25년 여름에 오픈했고, 그땐 정말 인기 대폭발이라 표가 없었다고.


이케부쿠로 역에 내려서 구글 맵으로 치이카와 파크를 찍고 오다 보면(지상 기준), 니토리 대형 매장 간판이 보이는데 그 간판 왼쪽의 지하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걷다 보면 치이카와 파크가 보인다. 처음에는 치이카와로 랩핑 된 큰 건물 쪽이 입장하는 곳인 줄 알고 갔더니 거기는 출구라는 듯. 저처럼 헤매지 말고 아래 통로로 내려갑시다!


저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됩니다


대문 앞에서 표검사를 한다. 나는 클룩에서 예매한 화면을 캡처해 갔는데 캡처표 말고 pdf나 예매화면을 보여줘야 한다. 캡처는 악용할 수 있어서 그런 듯. 미리 준비해 둘 것!.

입구! 두근두근


안으로 들어와서 표를 한 번 더 스캔하고 치이카와 스티커를 받았다! 테마파크치곤 그리 넓지 않은 실내인 데다 대부분 체험형이라서, 표를 시간대 따라 수량을 정해두어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입장하는 시간도 나눠서 들여보내는 듯. 줄 서서 기다리면서 기대감은 점점 더 올라가고.. 주변에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연령대가 참 다양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있고, 커플도 있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있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치이카와의 인기, 앞으로도 건재하겠구먼..


입장하며 받은 스티커
여기저기 귀여운 녀석들이!!
자 함께 모험을 떠나봅시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귀여운 굿즈로 눈이 확 쏠린다. 그중 가장 사람들이 몰려있던 것은 머리에 쓰는 치이카와 모자들. 어린이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이걸 뒤집어쓰고 있어 정말 귀여웠다. 이걸 일상 생활하며 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여긴 치이카와 파크고 우리는 모두 작은 치이카와 세상 속 동료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구매하고 쓰고 다닌다. 네, 오타쿠에게 있어 굿즈는 귀여우면 소장 가치가 있고 그 소명을 다하는 거니까요.


가장 인기 많았던 굿즈
머리띠도 정말 귀엽다
나의 최애 쿠리만주


그리고 만화에서만 보던 치이카와의 집이 있다! 운이 좋게 요구르트 회사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당첨되어 받은 치이카와의 집.. 우리로 치면 청약 당첨인 것일까, 그것도 무료로! 아무튼 집 앞에 야무지게 본인 얼굴을 달고, 안에서 열심히 제초자격증 공부를 하는 치이카와를 만날 수 있었다. 땀까지 삐질 흘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치이카와.. 그리고 치이카와의 옷이라든지 토벌할 때 쓰는 장비라든지, 가방도 있었고. 캠페인 당첨 인증숏도 걸려있었다. 진짜 치이 집 들어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어 오타쿠는 감동했다.


공부 중인 치이카와 집으로 놀러가봅니다
증명사진 너무 귀엽잖아
땀까지 흘리며 열심히 공부중인 치이카와
옷도 있다…
토벌 장비와 치이카와가 좋아하는 가방
요구르트 캠페인에 당첨되어 집을 받았답니다!
쿠리와 치이의 투샷이 찍고 싶었지만 둘 다 초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치이카와 카메라 에피소드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이 있다. 인원 제한을 해가며 입장시키는데, 여기 서서 보는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 정말 너무나도 입체적이고 실감 났다. 카메라를 사서 신난 하치와레가 치이카와를 찍어주려 하는데 천방지축 우사기가 난입한다. 3명의 관계성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 여기저기서 ‘귀여워 귀여워!!’가 튀어나왔다.


귀염둥이들아 ㅠ
우사기 진짜 통통튀고 귀엽다


참고로 이 치이카와 파크는 산리오 퓨로랜드 같은 곳과 다르게 어트랙션이 없다. 산리오에 비해서는 규모도 훨씬 작다. 대신 사진 찍기에 특화되어 있는 곳이다. 위의 치이카와 집도 그렇지만 캐릭터랑 사진 찍고 핸드폰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모든 곳이 다 포토제닉 해서 치이카와들과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곳. 중간에 대놓고 직원분이 찍어주는 포토스폿도 있고, 미로처럼 어지럽게 구현된 곳도 있는데 여기도 사진이 잘 나온다. 캐릭터 그리팅은 말할 것도 없다. 치이카와의 에피소드를 좀 본 사람이라면 ‘우와~’할 법한 상징적인 명장면들도 현실에 구현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스릴 있는 어트랙션을 원한다면 실망할 것.


나도 하치와레와 한 컷
어머나 정신이 혼미해지네
저의 최애는 또 여기서 한 잔 하고 있네요
얘들을 탈출시켜야 해!!
옹기종기
우사기야 돌아와라 ㅠㅠ
다정한 하치와레, 우리나라에선 하치가 제일 인기많은 듯 하다
저 볼따구 짜부된 것 좀 보세요 ㅠㅠ
미로 속, 조명과 거울장치 때문에 나도 어질어질하더라
애들 만신창이 된 것 봐요 ㅠㅠ


치이카와에서 좋은 점은 그거다. 얘들은 정말 작은 소동물이고 귀엽지만 현실이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 하지만 모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서 벌어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고, 더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자격증 공부를 하고 함께 시험 보지만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진다. 그리고 그 친구사이의 ‘난 붙었는데 넌 떨어졌네’ 하는 애매하고 꽁기한 감정을 대충 얼버무리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풀어내는 에피소드도 있다. 좌절하거나 실패하거나 위기에 빠져도 이 작은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착하지만 똑똑하지는 않은 치이카와, 다정하지만 우유부단한 하치와레, 깨발랄하지만 정신없는 우사기. 흠이 많아 보이는 조합이지만 그래도 서로 돕고 작은 것에 기뻐하며 살아가는 이 생명체들을 보면 뭔가 마음 한 구석이 간질간질해지면서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더 힘내서 살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어른들이 이 치이카와 파크에 몰려드는 거겠지. 물론, 캐릭터들이 귀엽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 어떻게든 해볼거야” 정말 좋아하는 하치와레 에피소드ㅠ


미로를 빠져나오면 캐릭터 그리팅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치이카와 파크에 입장할 때는 하치와레가 있었는데, 나와보니 우사기랑 모몽가가 있었다. 시간대 따라 캐릭터는 바뀌는 듯. 그리팅 안내사항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보는데 정말 우사기와 모몽가가 엄청나게 열연하고 있었다. (그 짧은 팔다리로) 있는 힘껏 인사해 주고 손을 흔들고 뿅뿅 뛰고 고개를 갸웃하며 애교를 부리고.. 낡고 지친 직장인인 내가 보기에 저분들의 소명의식은 정말이지.. 디즈니랜드, 퓨로랜드, 치이카와 파크 이런 캐릭터 나라에서 그 캐릭터의 모습을 한다는 것을 얼마나 큰 책임감을 짊어지는 것인가. 속으로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내 차례가! 사진도 되고 동영상도 된다고 했는데, 기왕이면 동영상으로 남기는 게 좋은 것 같다. 이 치이카와들이 움직이며 잔망을 떠는 모습을 사진으로는 충분히 담을 수가 없기에. 중요한 순간은 영상에서 캡처하면 된다.


캐릭터 그리팅을 할 때면 늘 ‘나는 쿨하게 가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내 차례가 되면 정신줄을 놓는다. 저절로 격한 애정표현이 나오는데.. 프로페셔널한 우사기는 착하게도 다 받아주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어서 피곤할 텐데. 착한 우사기.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다 큰 어른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사진을 찍는다. 참 유치한데,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겠단 말이지. 내가 응원하는 캐릭터와 만났는데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한 거다. 앞으로도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와 그 친구들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치이카와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은 나도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캐릭터 그리팅 설명
우사기!!!! 너무 보고 싶었어!!!!
열혈팬을 만나 어딘가 벙찐 듯한 우사기 ㅋㅋㅋ
캐릭터 그리팅 이후 기념품 샵
햄스터가 곰돌이 인형을 안고 있네..?
인형에 씌우는 모자
하치와레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갖고 싶다..
주요 인물들!
하치 웃는 게 햇살같구나…
스티커들. 저 스티커 질이 정말 좋더라, 노트북에 붙이기 딱임!
귀여운 키링들
아이고 팝콘 치이카와 귀여워 ㅋㅋㅋ
저 프리즈너 티셔츠는 진짜 죄수같잖아 ㅋㅋㅋ
양말과 에코백
저 파우치에 작은 치이카와들을 채워넣을 수 있다
캔뱃지는 랜덤입니다!



https://maps.app.goo.gl/JUucazoA1RmEyNF39?g_st=i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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