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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진 Jan 04. 2022

끌림

끌림- 惹·引かれ-吸引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 끌림의 일본어 표현을 물으니 惹かれ(ひかれ히카레)라고 한다. 惹かれる(히카레루)의 명사형이다. 같은 의미의 引かれ(ひかれ히카레)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引かれ는 단순히 정서적인 끌림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무언가에 끌려갈 때도, 수레에 옮겨질 때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끌 惹(야). 우리의 경우 무엇을 야기(惹起)한다고 할 때 이 글자를 쓴다. 야단(惹端)낫네~하며 호들갑 떨 때도 쓴다. 글자를 보면 마음 위에 若(야), 자가 있다. 若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빗질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이다. 마음에 머리를 빗는 여인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잘 빗으면 끌림을 유발한다는 발상일까? 아니면 어떤 머릿결이든 빗으면 매혹적이라는 뜻일까? 


 끌 引(인). 활을 뜻하는 弓(궁)과 뚫음을 뜻하는 丨(공)자가 결합한 글자이다. 누가 봐도 활을 당기는 모양이다. 글자부터 정서적인 끌림보다 물리적인 끌림 쪽에 더 가까운 뉘앙스다. 이 글자를 사용한 단어들을 봐도 정서적인 끌림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가격의 인상(引上)과 인하(引下), 업무의 인수인계(引受引繼), 논문의 인용(引用), 물품의 인도(引渡), 여행길의 인도자(引導者), 정치인들의 단골 사자성어 아전인수(我田引水) 그리고 타자를 유인하는 유인구(誘引球). 추상적인 단어들도 물리적 느낌이 담겨있다. 

 정서적인 의미의 끌림과 비슷한 뉘앙스를 주는 단어가 딱 하나 있는데 흡인(吸引)이다. 평론가들은 템포와 호흡 조절이 좋은 작품을 평할 때 이 단어에 힘력(力) 자를 붙여 “흡인력(吸引力) 있는 작품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흡(吸)이라는 글자는 호흡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의미를 되새겨보니 어쩌면 인간이 작품에 매력에 능동적으로 빠지는 존재가 아니라 예술작품이 우리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서는 끌림을 표현할 때 이 흡인(吸引(xīyǐn)이라는 단어를 피동형과 함께 붙여 사용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끌림은 흡인력 있는 영화에 빠져드는 그 순간일까? 引만 사용하지 않고 吸까지 덧붙인 이유는 뭘까? 누군가에, 무언가에 끌릴 때 물리적인 호흡도 바뀐다는 것을, 정서적인 끌림이 물리적 끌림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고보니 아내에게 끌렸던 그 때, 나는 어떤 끌림을 느꼈던가. 대륙의 끌림이었던가. 열도의 끌림이었던가. 아니면 반도의 끌림이었던가. 만난 곳은 대륙이고 아내는 열도인, 나는 반도인이니…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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