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효진 Jul 14. 2021

먹는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고

뛰어 노는 것만 보아두 숨이 차다

 예전에는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먹는것을 보는데 어떻게 배가 부를 수 있는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정한 상태에는 허기가 진다고 한다. 가장 손쉽게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먹는 것이기에 손쉽게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기 위해 있지도 않은 허기를 만들어 내고 그걸 또 다시 먹는것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반대로 사람이 안정이 되고 행복하다면 만족감이 들것이다. 그게 바로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다. 요즘들어 내가 좀 만족감이 올라간 듯 싶다. 날은 덥고 가만히 있어도 땀은 흐르지만 그냥 흘려버리고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는 여유가 생겼다. 


 아마도 일상생활의 루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최근 흘려들었던 이야기 중에 누군가의 인도친구가 말하기를 집에 들어가기 10분 전 집에서 해야할 일을 생각해두고 들어가자마자 후다닥 해버리면 저녁시간이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에 스위치를 하나 만들어 두고 이런저런 핑계없이 그냥 그 상황이 되면 바로 켜지기만 한다면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덜하다. 들어가자마자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안치고 청소기를 돌리고 간단한 반찬거리와 저녁을 먹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고 아이를 씻기고 아이와 퍼즐을 하다가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개어 넣고 이런저런 쓸데 없는 일을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 아이와 책을 읽거나 화목에는 한글, 수금에는 숫자 공부를 엄마아빠와 번갈아가며 하거나 가족끼리 산책을 나가거나 월요일이면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러 총출동하거나 등등의 일상이 최근 한두달 속에 만들어졌다.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텔레비전만 보다가 아이와 이렇다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서 목소리만 커졌는데 평일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시간에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핸드폰도 보지 않기로 하고 함께 있기로 한 것은 참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이 잘 재우려면 저녁에 몸으로 신나게 놀아줘야 한다고 데리고 나가서 온동네 놀이터 탐방을 다녀오거나 네발 자전거로 특훈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엄마아빠가 직접 한글과 숫자를 가르치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다. 

 

 설거지는 남편이 담당하고 아이 씻기고 등하원은 내가 담당하고 한글과 숫자공부를 각자 나누고 등등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나가면서 남편과 나는 아이만큼이나 조금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게다가 최근들어 하루하루 운동을 시작했는데 땀흘리고 난 뒤의 게운함이 너무 좋다. 내가 혼자 나가서 한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와도 될만큼 아이는 자랐고 남편은 불안을 1도 느끼지 않게 해준다는 사실이 더 큰 만족이기는 하다. 


 아이는 어휘가 늘어서 요즘에는 돌려말하기 은근한 아부하기 등의 스킬을 시전하고 있다. 지난번 부모님이 다녀가실 때에는 다음번에는 주무시고 가시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했었더랬다. 우리는 조금씩 자라고 지금의 일상 규칙이 조금씩 수정이 되어갈 것이다. 날이 바뀌면 우리는 조금 다른 환경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또 남편과 나의 개인적인 발전에 욕심을 부릴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 


 일상을 구체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될 수 있으면 지켜 내는 것이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일상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매거진의 이전글 스팸문자는 성실하기도 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