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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Aug 17. 2021

네 발 자전거와 두 발 자전거

운동관성을 가져보자

  아파트 카페에서 드림받은 네발자전거로 아이의 기동성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동안 시원찮은 킥보드와 이제는 작아져버린 세발자전거유모차를 벗어나 좀 더 속시원하게 질주할 수 있는 아이템이 생긴 것이다. 또래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고 오히려 좀 늦은 듯한 자전거 시승식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타더니 요즘은 핸들링이나 손브레이크를 섬세하게 구사하는 걸 느낀다. 물론 아직 내리막길이나 좌우 꺾인 길을 돌아갈 때는 주춤하고 두 발로 서버리기 일쑤지만 이만큼도 장족의 발전이다. 


 어제 저녁에도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아이는 당연히 자전거를 몰고 나섰고 나는 운동화를 신었다. 속도가 좀 붙어서 그런지 아이를 따라가려면 바삐 걷거나 안되면 가볍게 뛰어야 하기도 한다. 딱 좋을만큼의 운동이 되는 것 같아서 아이나 나나 만족도가 높았다. 


살짝 오르막길이 나오면 아이 등을 밀어주고 내리막길에서는 겁을 먹고 핸들 급히 꺾어서 넘어지지 않게 안장을 살짝 잡아주며 함께 걷는다. 아이는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엄마가 든든하면서도 의기양양해지는 것 같다. 저녁 산책을 나온 다른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네거나 기분 좋으면 노래도 목청껏 부르는 것이 신이 난 증거다. 


산책길은 자전거 길이 함께 있는데 아직 그길로는 다니지 못하고 인도로 조심해서 다닌다.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뒤에 서서 걷다가 앞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거나 마주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가서서 세우거나 길가로 바짝 붙여서 가도록 한다. 한번은 아이가 신나게 패달을 밟길래 자전거 길로 빠져서 조금 속도를 붙여보라고 했다. 마침 앞뒤로 오는 자전거들이 없어서 예의 주시하면서 아이의 질주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자전거 라이트가 성큼 성큼 다가오는 게 보여서 아이를 잠시 세웠다. 자전거를 탄 아저씨는 쌩하고 지나갔고 아이는 당연하다는듯 다시 패달을 밟기 시작했다. 


네발 자전거는 두발 자전거 뒤에 보조바퀴가 두개 달려있는 자전거다. 자전거가 익숙해지면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로 달리게 될 것이다. 네발은 넘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오른쪽 보조바퀴가 지탱해주고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 보조바퀴가 지탱해준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이나 흙길을 달릴 때면 보조바퀴가 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마치 호위무사라도 되듯이 네발 자전거의 미숙한 운전자의 위치를 다른사람에게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언덕에서 아이의 등을 밀어주면서 생각했다. 자신감이나 확신이 없을 때 넘어지리라는 공포는 속도를 낼 수 없게 만드리라. 언제든지 멈춰 설 준비가 되어있다. 패달위의 두 발이나 뒤에 달린 두 보조바퀴 모두 말이다. 그렇지만 두발 자전거는 순전히 앞으로 나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고 오히려 더 힘껏 패달을 굴려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안장위의 엉덩이도 힘을 주었다가 뺐다가 요리조리 무게 중심을 잡아주기도 하고 상체를 굽히거나 돌리면서 핸들의 방향과 한몸이 되도록 움직인다. 


이런 감각의 경험이 한순간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조바퀴의 높이를 조금 씩 높이다가 바퀴를 쓰는 일이 적어지면 나중에는 보조바퀴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덜컹거리는 소리도 그렇고 그때문에 저항이 걸려 속도가 나지 않는 것도 그렇고. 멈추려는 아이를 등떠밀고 점점 속도를 붙이는 아이를 따라가기 바빠지다가 결국에는 보조바퀴까지 떼어 놓은 아이의 질주를 멀찌감치 지켜보는 날이 올 것 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상황이 그런 것 같다. 자꾸 넘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확신이나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것 같다. 시국탓을 하기에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삐 잘도 살고 있다. 신나게 앞서 나가는 사람들은 이미 운동 관성이 생겨서 조금만 힘을 주어도 쉽게 움직이지만 멈춰 서 있는 사람들은 한번 움직이려면 그들 보다 한번에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애초에 멈추지 말았으면 되지만 어떻게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할 수 있을까. 


멈추었다가 움직일 때, 내가 아이의 등을 밀어주듯 누군가 내 등을 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미 달리는 법을 몸이 기억하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주춤한 이 생각을 털어내고 있는 힘을 좀 내어서 일단 움직여 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에 달린 보조바퀴쯤은 얼른 떼어 버려야 겠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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