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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Aug 30. 2021

능률적 인간에 대하여

방법찾기와 방법 만들기

라떼는 고등학교 들어갈 때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중3 전체가 시험을 보고 점수에 맞춰서 고등학교를 지원하고 합격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같은지역이라도 고등학교별 서열이라는게 정해져 있어서 교복이 얼마나 예쁜가만큼이나 어디교복인가가 중요해서 나름 상위권 학교다니는 애들은 교복이 난해한 디자인이라도 시내에서는 자랑스레 입고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남여 공학이라도 남자 여자 반이 따로 있었고 나는 여자 중 전체 3등으로 3반에 1등으로 입학했다. 아마 그 때가 고등학교 최고 성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집중력이 좋지도 않았고 이런저런 사교육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등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내 공부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내가 이과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물리를 좋아한 것도 있지만 국어가 도통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과에서도 국어과목이 비중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수학과학 과목이 난이도가 있어서 국어점수를 조금 만회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국어가 왜 어려웠냐면 이게 뉘앙스의 문제인데 국어문제 중에 왜 1번이 답이고 2번이 답이 안되는지 질문하면 국어선생님은 2번도 맞지만 1번이 더 맞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마 내가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도 있을테고 실생활에서 구어체로 읽었을 때 전혀 문제 없다고 느낀 부분도 있기 때문에 더 거부감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상한 지점에서 꼬투리가 잡히면 물고 늘어지는 성격탓에 공부하다가 엉뚱한 곳에서 샛길로 새어 버리기 일쑤고 그 것도 제대로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괴짜들처럼 어떤 지점에 몰두하느라 다른 건 다 내팽게치는 용기도 없어서 샛길로 빠지고 돌아오고 이런식으로 비능률적으로 공부하다보니 전교권 등수는 점점 어려워 지는게 당연했다. 


능률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능력치는 갖춰진 상태에서 불필요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차단할 줄 아는 단호함 같은게 있어야 가능한 듯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회사에 입사해서 어떤 일이 맞겨졌는데 당연히 경력직이 아니었으므로 업무가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능률적이지도 않았다. 업무 툴도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의적인 기획안은 저 머나먼 이야기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일일이 적고 앉아있는 꼴이 말이아니게 답답했다. 이걸 쉽게 정리할 수도 있을 텐데, 이걸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또는 어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에 시간이 없었다. 시간잉 없어서 무식하게 일일이 받아적고 있었다. 


어떤 공익요원이 구청의 단순반복적인일을 프로그램으로 한달치를 한시간에 해버렸다지. 이 기사를 읽고 내 신입시절을 떠올리며 헛헛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일을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먼저 견적을 내보는게 답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오래지 않았다. 사실 사수라고 해서 물어봐도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알아서 잘 끝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답은 일단 정답은 아니라도 대안이라도 될 수 있는 답을 찾아보는 것부터 하는 것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게다가 나는 내 능력을 아직 증명한 적이 없으므로 내가 만들어 내는 방법들에 대해 결정권자가 쉽게 결재를 해줄 것도 아니었고 성공한 어떤 레퍼런스를 가지고 이런식으로 진행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기도 했다. 


물론 시작부터 누군가의 답을 찾아보는 것은 신입들에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방식, 트렌드를 놓치지 않되 나의 노하우나 나에게 특화된 방식을 알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는 것이 더 능률적이기 때문이다.


 그저 나의 레퍼런스를 만들기 전까지, 다른 이들의 방식을 읽어보는 것이 나의 시야를 넓히고 쓸데 없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능률이 비능률을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휴식이 필요하고 딴짓거리를 통해서 워밍업이 필요하다. 다만 작은 성취를 만들어 내는 기쁨을 잃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들에 대한 소외나 반성이나 만족감 같은 느낌을 잃지 않도록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왕 하는 거라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면 조금더 일을 진득하게 능률적으로 하기를 원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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