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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환 Jan 04. 2019

12# 청년들의 꿈 '완전고용'

청년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모두의 정치'

 완전고용이란 일할 수 있는 능력과 노동 의지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취업을 희망하면 고용이 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일할 능력과 의사를 가진 사람이 일자리가 부족하여 모두 고용되지 못하고 실업자가 존재하는 상태를 불완전 고용이라고 한다. 완전고용이라고 해서 단 한 명의 실업자도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조건 불합치에 의한 고용주와의 마찰적 실업을 제외한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상태에서 노동수요와 노동의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 상태인 자연실업률에 못 미치는 실업률을 보이는 것이 바로 완전고용이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완전고용이 노동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일치하는 상태를 가리켰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으로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1929년 세계경제공황 이후 발생한 대량실업 사태는 고전 경제학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케인즈 경제학이다.  


 케인즈는 고전 경제학과는 달리 완전고용은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개입에 의한  정책으로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만을 믿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공공사업 등의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있을 때 완전고용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케인즈에 의하면 완전고용이란 현행 화폐 임금 수준 하에서 일할 의사가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이른바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통계적으로는 실업자의 비율이 3~4%가 되면 완전고용으로 여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

  

 2018년 10월 현재 한국의 실업률은 4.0%를 기록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에 6.2%였고, 2000년에 4.1%였다. 수치로만 보면 케인즈가 말하는 완전고용에 속한다. 하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 수치상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지만 0.1%의 실업률은 약 2만 명의 실업자를 의미하며, 1.0%는 약 20만 명의 실업자를 의미한다. 실업자 개인이 가정이 없는 독신 상태라면 그 폐해는 크지 않겠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이 수치에 속한다고 가정했을 땐 3배의 인구가 가계경제를 위협받는 빈곤상태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 고용으로 가계의 빈곤상태가 계속되면 범죄와 노숙자가 증가하고 복지비용의 증가는 물론 소비도 위축되어 내수 붕괴로 국가경제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경제위기가 오면 보수와 진보는 저마다 다른 주장을 내세운다. 진보는 케인즈 주의에서 말한 정부의 공공투자에 의한 경기부양을 주장하고 보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시장논리를 내세운다. 이러한 보수의 자유주의와 진보의 수정자본주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대립해온 경제학 이론의 두 축이다. 결국 노동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것인지 정부에 의한 보이는 손이 시장을 통제할지에 대한 대립이다. 역사적으로 두 이론 모두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상황을 모두 설명하진 못했고 따라서 해결방안 또한 찾지 못한 상태로 현재에 이르렀다. 


 보수는 경제성장에 의한 완전고용을 주장한다. 경제가 살아나면 취업의 기회도 많아지므로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내세운다. 대기업의 자유로운 경영을 보장하면 투자가 늘고 하청업체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므로 전반적인 국가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부자감세가 등장하고 부자감세 상황에서 부자들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한다. 반면 진보는 노동시장을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나서 고용을 늘리는 정책을 내세운다. 공무원 증원, 공공투자, 민간기업 근로시간 단축 및 정규직 전환 등 이 모든 정책의 논리는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들이다. 정부 주도로 고용을 높이고 소득을 보장해주면 소비도 유지되므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기업이다. 정부는 공권력으로 기업을 통제할 순 있지만 그 한계는 여실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부와 기업의 마찰이 없는 경기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에는 다음의 두 가지가 적절히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바로 제조업 육성과 취업세대의 인식 변화다. 


 제조업은 생필품과 편의품 등의 재화를 생산해내는 근간 업이다. 제조업이야 말로 자본주의가 칭송받는 이유이며 인류가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근원이다. 이러한 철학적 이유 외에도 제조업은 경제 활성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제조업에는 많은 생산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제조업을 육성하면 대량 고용이 가능해지는데, 생산단계에서의 고용은 물론 생산된 재화를 유통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 재화를 운반하려면 운송업에서의 고용창출이 발생하고, 재화의 판매과정에서 도소매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고용이 발생한다. 요즘과 같이 온라인으로 많은 판매 유통이 이뤄지는 시대에는 웹페이지 개발을 위한 IT인력과 소자본 창업도 가능해져 부가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달성된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미시간주 햄 트램 크,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GM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기업 정책을 펼치며 제조업 기반의 고용창출을 유도해왔다. 대표적인 정책이 법인세 인하와 규제개혁이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켜 고용창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대표적으로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유턴정책’이다. 자국에서 공장을 경영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맞는 혜택을 정부가 부여할 테니 자국민들을 고용해달라는 뜻이다. 정치인으로서 이해관계와 기업경영을 모두 고려한 정책이다. 


 GM은 고용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도 큰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2018년 한국 GM의 창원공장에서 2,000명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지역 노동자들의 실업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하나의 지역생산 공장에서도 이처럼 실업문제가 불거질 정도로 제조업은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제조업 육성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은 취업세대의 인식 변화다. 현재의 2030 세대는 건설 및 제조 생산직에 종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이 없어진 지 오래다. 5060 기성세대들은 한국전쟁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조업 육성과정에서 철저한 직업의식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2030 세대는 그렇지 않다. 결국 제조업이 가지는 본질적 철학과 직업의식 교육의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건설업과 제조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이를 방증한다. 


 제조업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자 인류를 가난에서 구하는 근원이다.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금융에서의 한탕을 노리는 풍토는 제조업의 약화를 불러오고 거시적으론 국가경제를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2030 세대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월급으로는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회의와 자괴감이 이들을 금융투자로 몰려들게 만들었고 이는 결국 분배의 불평등 문제로 귀결된다. 소득 재분배에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사무직 종사자를 뜻하는 ‘화이트 컬러’만이 화려하고 멋진 직업이 아닌 실물경제로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가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근간 업이라는 ‘블루 에볼루션’(Blue Evolution)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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