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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환 Jan 06. 2019

14# 기회의 통일

청년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모두의 정치'

 지난 2000년과 2007년 그리고 2018년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한 가지 공통점은 진보정권이 들어선 시기에만 회담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모두 진보정권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정권이 남북화해협력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 있었던 7.4 남북 공동선언과 노태우 정부 시절 러시아, 중국,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포용정책을 추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진보정권에서의 남북화해협력만큼의 분위기는 조성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보수 정권기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의 사건 발생으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한 이유다. 북한에 대한 국내 정치 진영의 입장은 보수는 제제 정책, 진보는 포용정책을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고 또 국민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러한 국내의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25 전쟁을 치르고 얼마 되지 않은 한국은 극심한 가난과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컸다. 이때 2가지 정책을 내세워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정희이다. 박정희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경제개발계획과 공산당을 배척하는 반공정책을 동시에 펼쳤다. 바야흐로 시대의 정서가 요구하는 절묘한 정책이었고 국민들은 이에 열광했다. 


 이 시기 박정희와 함께 경제를 일으키고 매우 강한 반공의식을 가지게 된 이들이 지금의 태극기 부대인 6080이며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며 보수의 근간이 되었다. 살아온 세월 탓이었을까. 이들은 북한에 대해 매우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북한을 포용하려는 세력이나 정권에 대해서는 색깔론으로 일색 한다. 살아온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이해도 되지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는 이따금 발목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보수의 신중론과 회의론이 꼭 불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여느 정상회담이 그렇듯 회담 자체는 늘 성공적이지만 그 이후에 약속이 잘 지켜지고 이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또다시 냉랭한 분위기가 된 것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보정권이 남북대화를 하려고 시도하면 어김없이 보수진영으로부터 색깔론이 나왔다. 나라를 북한에 가져다 바치려 하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로 만들려 한다는 사상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그러던 분위기가 2018년 3차 정상회담부터 반전됐다. 국민여론의 78%가 남북정상회담과 화해협력 분위기를 지지한 것이다. 보수당의 색깔론도 이전에 비하면 미약했고 국민여론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3차 회담을 주도한 문재인 정부의 인정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 냉전의 두 축은 북미와 남북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이고 남한은 비핵화를 넘어 화해와 통일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남북이 갈라진 상태로 있어야 동아시아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킬 명분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써 주둔국과의 경제 무역협정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게다가 주둔국과의 공동부담으로 군사비용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보장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어떻게 보면 총을 든 강도가 안 쏠 테니 자신을 무죄로 인정하고 금전적 지원까지 해달라는 형국이다. 국제사회협약은 사법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도 핵을 가진 국가가 계속해서 나타나면 국제경찰로서의 입지가 좁아지므로 기를 쓰고 핵보유를 막으려 한다.


 핵은 비대칭 전력이다. 병사와 무기 보유량을 가지고 군사우위를 비교하는 개념이 아니다. 핵 하나로 지구가 절멸할 수 있기에 병사와 무기 보유량을 따지는 것은 핵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핵 보유는 현재의 체제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북한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생존방안이며 그래서 핵을 보유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그토록 핵실험을 해온 것이다.     


 통일은 우리 한민족의 숙원이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음 세대에 하길 바란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그 이유는 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다. 지금도 살기 힘든데 통일이 되면 못 사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진짜 통일이 되면 경제가 나빠지는 걸까.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벌어진 재밌는 일들이 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화해무드가 조성되자 철도 관련 주식과 철원 및 파주 등 최북단 지역의 땅 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통일을 염두에 둔 투기자본이다. 반대로 방위산업체 관련 주식은 내림세를 탔다. 통일이 되면 군사장비와 무기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인데 이 모든 것은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된 것만으로 발생한 효과다.


 흔히 통일이 되면 약 1,000조의 통일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한의 인구가 5천만이니 이를 충당하려면 대략 개인당 2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200만 원이 과연 아까운 돈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분단 상태가 지속되면 발생하는 비용도 있기 때문인데 매년 40조 원씩 들어가는 국방예산, 분단으로 인해 지워진 코리아 리스크로 국내 주식은 저평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2년의 젊은 시절을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비용도 있으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시기에 일할 젊은 노동력을 군에 붙잡아 두게 됨으로써 약 20조 원의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국내총생산을 의미하는 GDP를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야 하는데 통일이 되면 노동력이 매우 풍부해진다. 남북의 군인 수를 합치면 150만 명이며 이들 중 25% 정도만 사회에 나와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그 효과는 연간 30조 원에 달한다. 1조 원이 우습게 보이는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00만 원씩을 꼬박 써도 2,000년을 써도 다 못 쓰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런데 30조 원 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또 자본도 늘어난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해외자본의 유입이 커지며 자본력이 확충된다. 자본이 있어야 기업을 세우고 다양한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며 이로서 고용도 창출된다. 토지의 증가 효과도 있다. 군사시설로 묶여있는 지역이나 군사목적으로 건립된 비행장의 부지만 해도 수백만 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예로 성남비행장의 규모는 70만 평인데 이 부지를 없애고 경제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 원에 이른다. 국가의 부는 생산품의 양에 비례하므로 1차 원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토지의 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꼭 1차 원료 생산을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70만 평의 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이라면 무언들 못하겠는가.   

  

 이러한 비용들은 비유하자면 데이트 비용과 같다.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즐기려면 돈이 들어간다.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쓰는 이유는 환심이든 진심이든 마음을 표현하고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성껏 공을 들여도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꺼이 여자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은 여자의 마음을 얻었을 때 기대되는 행복가치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햇볕정책은 당장은 북한에 퍼다 주는 아까운 정책으로 여겨지지만 통일의 그날이 왔을 때 얻어지는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기대가치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또한 햇볕정책이 갖는 의미도 특별하다. 햇볕정책은 강자의 정책으로 이미 북한보다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인 북한을 포용하는 평화적 정책이자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보여야 할 신사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성공의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시대가 그 여건을 제공한다. 삼성과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었던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국내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국가의 시책은 기업을 일구는데 아무런 제제와 제한이 없었고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재빠르게 눈치채고 먼저 움직인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으며 이들이 오늘날 재벌이 되었다. 전쟁 이후 70년이 지난 오늘날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부의 불평등이 고착화되어 가는 것은 새로운 사회적 기회가 제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은 그러한 사회적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분명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요구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먼저 눈치채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이가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이 당면하게 될 가장 큰 문제는 남한 사람들의 차별대우다. 차별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남한 인구와 융합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말투다. 그럼 누구나가 북한 말투를 없애고 남한 인구와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기 위해 발음 교정을 받길 원할 것이며 이에 수혜를 입는 사업은 발음 교정 학원이 된다. 기회는 국가에 큰 변혁이 있을 때 찾아오고 우리가 기대하는 변혁은 통일이며 통일은 다시 한번 커다란 사회적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제는 북한도 무력을 통한 적화통일이 불가함을 알고 있다. 이미 북한보다 50배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을 사회주의 체제로 이끌어 갈 수는 없다. 한 번 자유를 맛본 5천만의 한국인이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주의를 받아들일 리도 만무하다. 남북평화분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북한에 자연스럽게 유입시킨다면 통일은 먼일만은 아닐 것이며 통일 대한민국 안에서 새로운 사회적 기회를 얻고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은 바로 지금 1030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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