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산책
날아가는, 아니 뛰어가는 불나방이를 보며 달리는 생각했다.
‘걷는 거야 뛰는 거야?’
달리에겐 그저 날아가는 모습으로만 보였지만 왠지 불나방이가 지금 걷는 것인지 뛰는 것인지, 그리고 혹시나 자신에게 맞춰 천천히 달려주는 것인지 괜히 신경이쓰였기 때문이다. 달리는 슬쩍 물어봤다.
‘달리는 거야?’
‘보면 몰라?’
‘응.’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날벌레가 뛰는 걸 본 적이 없었다면.’
‘뛰고 었던거야?’
‘아니. 걷고 있었지.’
‘뛰자면서.’
‘너가 뛸 생각이 없어 보여서.’
‘뛰면 힘드니까. 너는 뛰면 힘들지 않아?.’
‘당연히 힘들지.’
‘그런데 왜 뛰어?’
‘좋으니까.’
‘너에 말은 내가 이해하기가 힘들어.’
‘난 너에 말이 잘 이해가 돼.’
‘그래도 넌 좋은 녀석같아.’
‘너도 그래.’
달리가 생각하기에 불나방이는 엉뚱한 녀석이었지만 녀석과 처음 만나서부터 지금의 대화까지를 생각하면 불나방이에게도 자신이 엉뚱한 녀석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말을 줄였다. 그리고 둘은 말없이 울창한 숲에 조그마하게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오래 걸었다. 지루한 길 이있지만 달리는 그저 반딧불이를 따라 걸었다. 어차피 갈 곳도 없었기에 걷다가 너무 지치면 반딧불이가 자신을 놓고 가건 말건 쓰러질 참이었다. 나무로 우거졌던 숲들을 지나 탁 트인 평지가 나오면서 달리는 잊고 있었던 상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와 함께하니 무거운 발걸음도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반딧불이가 뛰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달리면 왜 좋아?’
달리는 눈치를 보며 반딧불이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