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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ho Jul 18. 2022

나에겐 초능력 _ 눈물

울지 않고 말하기





   애초에 나는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이 울 수가 없다. 아니라고 부정해봤자 소용없을 정도로 내 모든 역사에는 눈물이 함께한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울지 않고 말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살았다. 돌아보면 그래서 내내 손해를 본 듯하다. 덤덤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들을 매번 극적으로 보내야만 했던 나는 참 힘들었겠다.     


   어렸을 때는 뭔가 잘못한 일이 생기면 무작정 눈물부터 났다. 엄마에게 혼날 일이 두려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미리 흐르기 시작한 눈물 때문에 더욱 억울하고 서러운 사람처럼 보였다. 뭘 잘했다고 우냐는 말은 혼날 때마다 듣던 단골 멘트였다. 나는 눈물과 콧물이 짜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진작 알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며 친구 관계며 매일 울 일 투성이었지만 그나마 나이를 먹으면서 훨씬 덜 울며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울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아졌다 하더라도 남들의 몇 배는 많이 울었다. 이십 대 초반에는 대부분 연애 탓, 중반에는 회사 탓이었다. 

   돌아보면 모든 눈물에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다만 그 기준이 남들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게 문제였다.      

   이십 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 무렵, 지금 생각해도 왜 눈물이 났는지 몰랐던 순간이 있다. 아빠에게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가 아빠를 한번 뵙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했을 때,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우리 집은 연애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누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씩 아는 체하는 게 전부였던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런 우리 가족 사이에서 부모님에게 남자 친구를 보여준다는 건 결혼하고 싶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그리고 나는 그걸 잘 알았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을 해버린 것이다. 

   내 눈물은 기쁘고 슬픈 순간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감정이 극대화되는 순간 터져버리는 분화구 같았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나야지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서른일곱 해째를 사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종종 울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덜 울며 살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줄어든 눈물은 그만큼 내 아이에게 옮겨간 듯하다. 내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맑은 눈물방울을 툭툭 쏘아내며 울던 갓난아기는 사소한 일에도 눈물부터 터지는 여린 소녀로 자라고 있다. 

   나는 눈물을 그친 아이 손을 꼭 잡고 묻는다. 

   “이럴 때 엄마가 너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아이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안다면, 이미 울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울지 않고 말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아이가 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느 날은 화도 내보고, 달래도 보고, 무관심해봤다가, 같이 울어도 봤는데 전부 오답 같았다.

   “울지 않고 네 감정을 말해줘.”

   아무리 애원해도 아이는 대답이 없다. 사람은 저마다 눈물 포인트가 다르다. 내 눈물이 긴장이라면, 아이의 눈물은 불안이다.

   그래서 같은 눈물인데도 나는 자주 아이의 눈물을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울지 않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것만은 같다. 언젠가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아이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이렇게 오래 운 나도 모르는데 아이에게 답을 찾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아이가 나처럼 어른이 돼서까지 손해 보는 기분으로는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울 때마다 내 몸속 수분이 빠져나가서 작게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진짜 몸 자체가 작아질 리 없지만 그만큼 주눅 든 채로 살아왔다. 내 아이가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까 봐 두렵다. 그래서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날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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