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연쇄창업가의 취업일기
난 즉흥적인 여행은 떠나질 않는다.
가이드가 혀를 내두를 만큼의 조사를 마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난다.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는 편이며 그게 너무 심해서 항상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만 계획에 몰두하고 시간이 되면 미흡해보여도 과감히 선택을 하고 깨져가며 수정하는게 습관처럼 몸에 베어 있다.
하지만 지난 날을 돌아보면 항상 그렇게 계획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후반에 고액수입을 벌어들이던 일을 때려치우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믿을만한 사람도 없었던 중국으로 향했을 때 우리는 대책이 없었다.
30대 중반에 아이들이 연달아 생기게 되자 한창 투자해놓은 사업을 접었을 때에도 우리는 대책이 없었다.
마흔이 되었을 때 상승세였던 중국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왔을 때에도 우리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여행 같은 건 좀 대책 없이 떠나더라도 국가간 이동 같은 큰일은 대책이 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계획적인 성향과 즉흥적인 성향 두가지를 한몸에 갖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내게 아내가 해줬던 말이 있다.
“즉흥적으로 훌쩍 여행 떠나는 걸 싫어하는건 좀 짜증 났지만 대책 없는 큰 결단을 내릴 때 당신은 항상 옳았어요. 평상시에 세웠던 수많은 대책들과 항상 머리에 담고 있었던 고민과 연구들이 그 순간 발휘 하는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종종 이야기 나눈다.
그때 중국을 가지 않았다면 아내는 큰 병이 걸렸을 꺼라고….. (그때 아내의 몸은 과로로 인해 몸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점 직후로 우리가 하고 있던 비즈니스 분야는 급격히 몰락했다.
그때 아이들을 위해 사업을 접지 않았다면 이처럼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키우는게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리고 온사방에서 오랜 학교의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고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답답해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천국 같은 나날을 선물 할 수 있었다.
그때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휴…. 식은 땀이 흐른다.
곧바로 사드가 터지고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한중간의 교류가 원활해야 사업에 탄력을 받는 비즈니스 영역들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우리에게 한국에 왜 가냐고 의아해하던 이들은 4~5년을 간신히 버티다가 큰손실을 본 후에야 한국으로 오거나 베트남으로 넘어갔다.
난 이번에 또 한번 큰 결단을 내렸다.
주양육자였던 내가, 23살에 첫 창업을 한 이후로 줄곧 연쇄창업자로만 쭉 살았던 내가, 프리랜서로 살면서 건당 페이를 꽤 많이 받았던 내가,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던 내가, 다시 다른 나라로 건너가는 걸 (특히 베트남) 계속 구상 했던 내가, 아내와 함께 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내가, 갑자기 박봉에 빡세기로 유명한 스타트업 세계에 취업이라는 형태로 뛰어든 것이다.
(아내는 유일한 직원을 잃었다.)
이번에도 정말 대책 없는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아내가 무척 적극적으로 지지 해준다.
그간 나와 해왔던 일들도 다른 파트너들과 잘 해낼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 해준다.
이번 판단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 시점에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kinghong8888 (인스타그램) 의 ‘미친짓을 응원해주는 관계’ (제목은 이게 아니었다.) 글을 읽다가 보니 우리 부부의 미친짓들을 돌아보며 마구 써내렸다.
그리고 날 믿어주는 아내가 너무나 고맙고 그런 아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조건 충성하고 따를 것이라는 결심을 다시금 다지게 된다.
여보,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이번에 갑작스러운 결정을 지지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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