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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Nov 25. 2021

나 있던 곳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지

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여우와 뱀, 장미와의 대화, 조종사가 그려주는 양을 바라보며 장미를 걱정하는 어린 왕자. 바오밥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바오밥나무가 모두 둘러싼 작은 별의 모습.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게 하는 <어린 왕자>를 다시 읽는 어른들의 만남이 있었다.


조종사의 어린아이였을 때의 어른들 시선에 상처받은, 혹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의 그림을 알아보지 못하고 더 중요한 것보다 엉뚱한 것에만 시선을 돌리는 어른들의 답답한 모습에 문을 닫은 그나 어린 왕자의 천진난만한 부탁에 다시 고개를 든다. 


다시 만난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장미를 떠나게 되면서 여러 행성을 만나고 그 행성에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때로는 왕에게 실망하거나 허울만 있는 모습에 실망하여 얼른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도 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 우리가 여전히 수많이 부딪치는 모습들 아닌가 생각한다. 배워야 할 것이 쏟아져 나오고 그럴듯한 문장과 단어의 사용에 현혹되기 쉽지만 그것에 빠졌던들 그것이 다가 아닌 것을 알아채는 순간부터가 새로운 자신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온통 메마르고 온통 뾰족하고 온통 소금투성이야. 게다가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고, 남이 자기한테 한 말만 되풀이하다니... 나 있던 곳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지: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곤 했는데...

<어린 왕자> 19장 중에서


때로는 우리가 가장 공들이는 이 많은 것들이 이렇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나 역시 들었던 말만 되풀이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지곤 한다.


유난히 내가 이번에 읽을 때 계속 머릿속에 담아 두었던 생각은 어린 왕자는 왜 떠나야 했을까였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 생텍쥐페리는 책에서 견문도 넓힐 겸 소행성들을 방문하기 시작하였다고 말했다. 물론 어린 왕자는 그 목적답게 그 소행성들을 방문해 거기에 있는 이들을 만나고 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소행성들을 담고 생각하고 떠나고 다시 도착하기를 반복하다가 지구에 오게 되었다. 떠나기까지 어린 왕자와 장미의 대화에서 너무나 아련하고 힘없는 장미 한 송이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는 건 독자의 몫이었을 거다. 물론 수많은 장미꽃들을 만나고서야 어린 왕자는 자신이 남겨 두고 온, 남겨 두고도 내내 걱정하고 떠올리는 장미꽃의 가련함에 대해 생각한다. 장미꽃이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모든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우와 뱀들, 장미꽃, 조종사와의 대화들이 이어지면서 어린 왕자는 깨닫는 것이다.


뱀과의 대화에서, 어린 왕자는 여긴 왜 왔냐는 물음에 어린 왕자는 '견문을 넓히고자'라는 그럴듯한 이유가 아니라 "꽃 하나와 좀 골치 아픈 일들이 있어"라고 솔직한 이유를 말한다. 자신이 홀로 있는 그 작은 행성에서 이야기를 나눌 존재였던 장미꽃과 어린 왕자는 관계를 맺기 시작했지만 역시 그 관계는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보이는 것에만 어린 왕자는 마음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 '어렸던' 왕자이니까.


그리고 그는 여우의 이 말을, (우리 독자들도) 영원히 기억하고자 되풀이한다.


내 비밀이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가, 잘 기억하기 위해 되풀이했다.

<어린 왕자> 21장 중에서


온라인 독서모임 {함연:동화}에서 함께 읽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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