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 실비아 플라스
엄마가 손을 다 보고 나자 정장은 마치 맞춘 옷처럼 맥스에게 꼭 맞았어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 옷만 입을 거야." 맥스가 말했어요.
-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중 동화 '이 옷만 입을 거야'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가 되어서야 웃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아이에게 읽히기 위해 사주는 동화집들을 나는 내가 읽기 위해서 샀고, 주말에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을 내내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는 <벨 자>의 작가로 더 알려져 있는 실비아 플라스가 낸 동화집이다. 실제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혀 주고 싶어 지은 동화들을 엮었고, '이 옷만 입을 거야', '체리 아줌마의 부엌', '침대 이야기' 세 편의 동화와 원문이 실려 있는 두껍지 않은 책이다.
사실 나는 책을 펼치자마자 나온 글부터 다정하게 이 책을 향해 미소를 짓게 되었다.
"아주 멋져!"
"깃털처럼 가벼워!"
"버터처럼 눈부셔!"
"토스트처럼 따뜻하고!"
"정말 끝내준다!"
*
"와, 드디어 우리 세상이다!"
*
난 가끔 이게 혹시 마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니까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언제 어디에서든 무엇을 하면서도 늘 입을 수 있는 정장을 갖고 싶었던 맥스는 누군가에게 배달되어 온 정장이 자신에게 오기까지 기다린다. 모두에게 맞는 정장이 되기까지 엄마의 손을 거치면 마치 마법처럼 옷은 '맞춤한 것처럼' 꼭 맞았다. 다들 옷이 멋지다고 좋아하면서도 흔히 보이는 시선과 생각들에 사로잡힌 채 다른 동생에게로 계속 양보하다가 맥스에게 오고 만다. 맥스는 모두가 못하리라고 생각한 것을 옷을 입고도 너무나 즐거이 해내고 모든 이웃들이 맥스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옷이 아주 '맞춤'옷처럼 맥스에게 멋지다고 말한다. 아이의 흐뭇하게 미소 짓는 표정과 당당하게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서 있는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이 그림이 표지의 그림으로 되었다는 걸 실비아 플라스가 알았다면 웃음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전래 동화의 '아씨의 일곱 동무'가 떠오르게 하는 '체리 아줌마의 부엌'과 침대 하나를 두고도 꿈꾸며 상상하게 하는 시로 이야기를 지어 낸 '침대 이야기'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순간적으로 웃게 만들었다.
맥스의 기쁨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일에 만족 못 했던 존재들이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다른 존재들이 또 얼마나 자신의 임무를 잘 해내고 있었는지 깨닫게 했다.
한바탕 침대 이야기로도 구름 위로 여행을 가는 듯하고 유쾌하게 상상을 펼쳐볼 수 있게 하였다.
책을 왜 읽는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기본 본질을 이 짧은 동화들에서 또 발견했다.
'즐거움'
그것을 능가하는 것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지만, 강한 의무감과 필요보다 더 진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 결국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데, 다시 나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나는 오늘 나의 딸과 이 책을 함께 읽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