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극복하기
작년에 헬스장을 등록했다. 등록기간은 1년. 1년이 지난 후 헬스장에 간 날을 세어보니 83일이었다. 헬스장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나와 같은 사람이 1년 결제하고 헬스장에는 나가지 않는, 호구짓을 하기 때문일 거다.
새해가 되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목표를 많이들 계획한다. 금연, 금주, 운동, 일기 쓰기, 책 읽기 등. 2월이 절반 넘게 지난 지금, 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고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목표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사람은 축하한다. 당신은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거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일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의지가 약한 사람도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목표 달성은 의지보다는 전략의 문제다.
의지. 의지가 강하다, 약하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의지는 보통 의지력이라 불리며 우리가 낼 수 있는 힘이라 인식된다. 근력, 지구력 등 끝에 력이 붙는 것들의 특징은 많이 쓰면 다시 힘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소모성 자원이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지력과 같은 소모성 자원을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원은 심지어 불안정하기까지 하다. 그날그날 몸 상태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불안정한 자원을 동력으로 삼는 여정이 순탄할 수 있을까.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의지력 말고 있을까? 더 안정적이고 소모되지 않거나 더 천천히 소모되는 자원이? 감사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자원이 있다. 이 자원은 소모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바로 욕망이라는 자원이다. 한 번 생긴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욕망이 충족되지 전까지. 욕망이 사라지는 유일한 조건은 욕망의 충족뿐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하는 자원이 욕망이라면 목표가 달성되기 전까지 안정적인 자원으로 기능할 것이다.
여기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의지가 약해서 어려움을 느낀 당신이라면 분명히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 있다는 점이다. 그 욕망을 잘 활용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 나쁜 소식은 당신이 그 욕망을 계속해서 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욕망은 충족될 때까지 없어지지 않지만 우리는 그 욕망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먹을 수 있다. 만약 목표 달성을 위한 자원으로 욕망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욕망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먹어버렸다면? 결과는 의지력이 바닥난 상태와 다를 게 없다. 목표 달성 실패!
그래도 욕망을 자원으로 하는 전략이 의지를 자원으로 하는 전략보다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의지는 소모성 자원이라 소모할 수 있는 총량을 늘리고 회복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노력이 목표 달성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소위 의지력을 늘린다고 하는데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약 12주 정도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습관이 되면 의지를 적게 소모할 뿐 소모성 자원을 동력으로 삼는다는 불안정함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욕망은 한 번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 욕망이 있었음을 기억하기만 한다면, 그것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욕망을 기억하고 동력으로 삼기 위한 조건이 있다.
1. 욕망이 자주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 것
2. 욕망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것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둘 다 충족해야 욕망을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욕망이 자주 노출되는 환경이 아니라면 욕망을 잊을 것이고, 욕망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자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 '건강'보다 '김종국과 같은 근육질 몸'이 동력으로 쓰기 좋은 욕망이다. 적어도 '어떻게 건강하고 싶은데'라고 물으면 '근육질로 건강하고 싶다'라고 특정할 수 있지 않은가.
욕망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때 중요한 점은 현재 혹은 과거를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와 너무 동떨어져서 현실성이 없다던가, 과거의 내가 이렇게 살아왔는데 가능할까 같은 의문은 필요 없다. 여행으로 비유하자면 지도 펴놓고 그냥 가고 싶은 곳에 점을 찍는 거다. 찍은 점이 '건강'이라면 대한민국 어딘가에 점을 찍은 거고, '김종국과 같은 근육질 몸'은 서울 송파구 정도로 찍은 거다. 이왕이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 남쪽에 멘야하나비라는 일본식 라멘집에서 마제소바를 먹어야겠다'처럼 구체적인 지점에 식도락이라는 여행의 목적까지 생각하는 게 목표한 곳에 이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여기서 지금 내가 어디 있는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목적지가 구체적인 게 중요하다. 어디로 가고 싶고, 왜 가고 싶고 같은. 만약 '건강'처럼 대한민국 어딘가로 점을 찍으면 애초에 여행을 떠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막연하고 애매한 것에 대한 욕망은 욕망이 아니다. 잠깐의 충동, 스쳐 지나가는 망상일 뿐이다.
욕망을 구체적으로, 자주 떠올릴수록 욕망은 강해진다. 욕망이 너무 강해져서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면, 축하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자원으로 욕망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은 아마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당신이 바라는 것을 얻고, 바라는 모습이 될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멀리, 더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