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당신의 길을 걷게 되기를
1년에 딱 한번 모이는 모임이 있습니다. 전직 회사 동기들 모임인데, 매년 11월 말에 송년회만 딱 한번 하죠.^^ 올해는 7명이 모였네요. 꽤나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20년 넘게 회사를 다니는 동안 산전수전공중전까지 함께 겪은 전우들이니까요.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기들은 퇴사 후 거의 대부분 회사(야쿠르트) 대리점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는 이곳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매출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일을 놓아야 하는 동기도 생겼고, 혹은 영업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실적 감소로 대리점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죠. 이렇게 하나둘씩 자의든 타의든 대리점을 그만두고 백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운 좋게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도 하고, 기술을 배워 기술직에 종사하든가 혹은 개인택시 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회사와 30년 넘게 연결되었던 끈이 끊어지며 홀로서기를 하게 되는 거죠. 뭐 그럼에도 어쨌든 ‘산 입에 거미줄 안친다’는 속담이 맞긴 맞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찾아서 하게 되고 밥을 굶진 않으니까요.
동기 하나가 12월부로 대리점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생 3막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친구 역시 영업을 해 줄 아줌마를 구하지 못해 고생한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결국은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무조건 3개월은 쉰다고 하네요. 문제는 그 이후겠죠. 아직 50대(후반)니 은퇴할 나이는 아니고, 무언가를 해야 할 텐데 들어보니 고민은 하고 있지만 아직 무언가를 확실하게 정한 눈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왁자지껄 신변잡기 이야기가 돌더니 어느 순간 제 이름이 들리네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며 말이죠. 아마도 그럴 겁니다. 회사에서 큰 존재감도 없던 친구가 대리점도 신청하지 않고 나가 홀로서기를 하고, 이렇듯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어쩌면 모임에 나오는 것 자체가 ‘나 아직 살아있어!’라는 선언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더불어 아직까지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테니까 말이죠.
제가 하고 있는 강의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제인문학으로, 그냥 경제에 대한 정보, 지식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편이라고요. 이제 퇴직을 앞둔 친구의 눈이 번쩍입니다. 인문학이란 단어를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제 강의를 꼭 들어보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년 1월 영등포에서 진행될 강의 링크를 보내줬습니다. 제가 일하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의 끝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고요.
늦어도 50대부터는 노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돈 문제가 1순위이긴 하죠. 이 정도 나이가 되면 현 직장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혹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때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나 직장인 혹은 꾸준한 소득이 발생되는 사업을 하는 분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받게 되는 그 충격은 너무나도 엄청나죠. 당장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은 나의 존재 자체가 빛을 잃는 것과도 같고, 내가 가야 할 길이 마치 자욱한 안개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과연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을까?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빈민층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죽을 때까지 사는데 돈 때문에 인생이 휘둘리게 되는 건 아닐까? 병원에 가서 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어 포기해야만 하는 건 않을까? 생각할수록 불안의 크기는 점점 불어나는 풍선처럼 커지게 될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숫자입니다. 내가 정확히 월 얼마 정도의 고정비가 소요되고, 변동비는 얼마 정도가 있으면 되는지, 나아가 큰 이벤트(자녀 학비나 결혼비용)로 필요한 금액은 얼마나 되는 지를 계산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포인트는 절대 두루뭉술 다소 넉넉하게 잡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타이트하게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필요 금액이 줄어들 수 있고, 거기에 맞춰 경제적 틀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 수 없는 수준은 분명 아닐 겁니다. 일단 돈에 대한 불안감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다음 순서로 할 일은 일자리를 찾는 겁니다. 이때 무조건 돈만 보고 덤비게 되면 불나방과 다를 게 없어요.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게 될 때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겁니다. 우린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이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국가가 정한 정년퇴직 나이에 해당되지 않는, 평생 할 일을 찾아야 해요.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일을 하다 죽더라도 만족할 만한’ 그런 일이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쉬는 동안 확실하게 자기 자신을 파악해야만 합니다. 내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나란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어떤 일에는 적극적이지만 다른 일에는 왜 소극적이 되는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며 나의 강점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집중해서 찾아야 합니다. 어쩌면 젊었을 때 해야 할 일을 나이 들어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 깊숙이 구체적이며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생 2막의 일은 사회가 아닌 오롯이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만족할 수 있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갑니다. 인간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드라마 <도깨비>의 김신 장군처럼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이상 정말 잘 살아야 100년일 겁니다. 건강수명으로 본다면 70대가 마지막이라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본다면 50대에게 남은 시간은 20년+α 정도일 겁니다. 긴 시간일 수도 혹은 짧은 시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진실로 중요한 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남은 시간들을 보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앞으로의 시간들은 철저하게 내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간이어야 해요. 즉 온전히 나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일 겁니다. 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그에 맞는 일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원하는 수준의 소득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주저하고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요. 삶이 내게 주는, 너의 삶을 살라고 하는 무언의 메시지일 수도 있어요. 너의 소명대로, 천복을 찾아 살라고 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친구는 삶의 방향을 잃은 겁니다. 그동안은 사회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걸어온 그 길을 함께 걸어온 거예요. 그러다가 나만 튕겨져 나온 겁니다. 아니, 애초부터 그 길은 막다른 길이었어요. 다만 끝까지 가느냐, 중도에 다른 길로 빠지느냐의 차이점만 있었던 거죠. 새로운 길은 누가 선택해 주는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고 또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호흡대로 뚜벅뚜벅 천천히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친구의 멋진 선택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강의, 칼럼 기고 및 재무컨설팅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1. <에코투자클럽>은 건강하고 꾸준하며 장기적으로 오랫동안 스스로 할 수 있는 투자를 지향합니다. 또한 역설적이지만 투자에 빠지지 않는, 즉 객관적이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 시스템적 투자를 목표로 합니다. <에투클럽>의 모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나에게 맞는 장기투자 포트폴리오(나장폴) 구축하기"라 할 수 있습니다. 나장폴 구축 프로젝트! <에투클럽> 2기 멤버를 모집합니다. 이번 기회에 투자에 대한 개념과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면 더도 말고 딱! 6개월만 투자해 보세요. 6개월의 시간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1086
2.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이자 경제인문학자 차칸양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방식은 직접 대면과 온라인(화상) 방식 2가지가 있으니 본인의 상황에 따라 신청하시면 됩니다. 직접 대면이 꺼려지거나 거리상으로 먼 지방 거주자의 경우 온라인 방식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재무, 투자 그리고 인생 준비를 위한 여러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많은 관심 바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bang1999/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