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길을 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제주올레 동료들을 인터뷰하다.
안녕하세요- 제주올레길을 기반으로 여행, 상품,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고 상품화하는
사회적 기업 퐁낭 로컬여행팀의 신현정입니다.
제가 스무 살이었던 2001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써 20년 차네요.
지방 출신인 저는 스무 살이 되던 해에 학업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어요.
저는 대학에서 방송과 영상을 전공했고, 방송 PD가 되고 싶었죠.
저희 학교가 방송과 영상, 공연 등 예체능 관련 학부들로만 구성된 곳이었어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수님들께서 추천해주시거나 연결해주신 방송사에서 일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았어요.
케이블 음악 방송부터 뮤지컬 공연의 보조 스텝, 조연출까지 부지런히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죠.
또 '아가씨와 건달들' 이란 뮤지컬 스텝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전국 투어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공연 기획자분을 따라 국내를 넘어 일본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기도 했었고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젊은 패기 하나로 누구보다 열심히, 재미있게 일 했던 것 같아요.
그 후 군 복무를 마친 저는 PD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유학 생활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됬어요.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니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엔 더 이상 전공과 관련된 일을 이어가지 않았어요. 인생 목표도 완전히 달라졌죠. 바로 '돈을 가장 잘 벌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자. 가 저의 새로운 목표였는데요. 때 마침 H자동차 그룹에서 국가 별 인턴을 한 명씩 선발한다는 채용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경쟁률도 매우 치열하고,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용기 있게 지원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었죠. 그렇게 인턴 생활을 시작한 저는 미주와 유럽 지사의 법인 관련 공부를 하고, 상황을 보고하는 일을 했어요.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게 되면 현장의 중소 파트너사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황과 실상을 본사 쪽에 전달하여 개선해야 할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는 업무를 했었죠. 그 외에 현장에서 미팅이 잡힐 때면 통역을 도맡아 진행하기도 했고요.
이런 업무를 바탕으로 일을 배우고 경험하던 과정에서 뜻밖의 좋은 기회가 또 다시 찾아왔어요.
한국 본사의 스카우트팀이 동유럽 지사 근무 경험이 있는 사원 중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세일즈 마케팅을 진행할 사원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인데요. 그 당시 좀 더 전문적인 파트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싶었던 저는 놓치면 안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 제가 그 자리에 스카우팅 되어 라오스 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3년 정도 라오스에서 일하며 생활하게 됐죠. 이때부터가 '제대로 된 진짜 밥벌이'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요.
라오스에서 일을 하면서 감사하게도 좋은 인연들을 만나 연결될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세상을 보다 넓게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죠. 그 인연들 중 한 분이 한국 나노 기술 전문 기업에서 해외 마켓 바이어들을 설득해 한국 시장과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할 사람을 찾고 있다며 추천해주셨고 그것을 계기로 다시 한국에 들어 오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그곳에서 1년 6개월 정도를 일했고요. 여러 가지 상황으로 기업의 수익이 점점 떨어지고 있을 때라 해외 바이어 발굴보다는 국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스스로도 더 이상 나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겠구나 라고 판단했고, 퇴사를 결정했어요.
퇴사를 한 뒤에는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그동안 일을 하며 만난 다양한 바이어들을 통해 수트 스타일링부터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매너 등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고 그렇게 얻은 노하우를 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했어요.
한국에서 수트의 문화와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었죠.
그렇게 한국의 수트 브랜드 '아이 수트'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었어요.
이 브랜드가 출시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 사업 없이 0원으로 무자본 창업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라는
막연하지만 패기 있는 목표도 있었는데요.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갈 더욱 능력 있는 전문 CEO에게 잘 넘겨주었고 저는 제주로 떠나왔죠. 내 사업에 용감하게 도전해 본 이 경험은 제 인생에서 늘 자긍심을 갖고 있는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자, 스스로 이루어 낸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정장입는 남자&수트입는 신사> 라는 책으로도 발간되었다.
이후 저는 제주로 떠났고, 정착하게 되었어요. 제주에서 기존의 커리어를 온전히 살려 일할 곳을 찾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관련된 직무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며 밥벌이를 이어갔죠.
제주올레는, 제주에 살게된다면 꼭 한번 일해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서 다른 곳에서 일하면서도 꾸준히 채용공고가 올라왔는지 수시로 들여다봤었어요. 그러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제주올레가 인큐베이팅한 사회적 기업 퐁낭에 입사하게 되었죠.
https://www.jejuolle.org/office/kor/sub/travel.asp
지금 제가 일하는 곳인 사회적 기업 퐁낭은 제주올레 길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제주올레 공식 기념품 판매, 여행 서비스 제공, 여행 상품 판매, 올레 스테이 운영 관리, 콘텐츠 발굴 등을 하는 회사고요. 이곳에 저는 기획팀장으로 입사했고, 현재는 여행 상품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로컬여행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며 만난 선배들을 통해 '제주'라는 지역의 정보를 많이 접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제주라는 섬은 정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에서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제주에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제주올레길에서 많은 휴식을 취했고,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주올레에 대해서도 알게되고, 늘 궁금했고, 언젠가 꼭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제주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새로운 채용 공고가 올라왔는지 살펴보았죠. 아쉽게도 상시 채용이 아니어서 입사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꾸준히 기회를 엿보다 보니 결국 저에게 맞는 채용공고가 올라오더라고요. 바로 지원했고, 이렇게 입사하게 되었네요.
저는 어떤 곳에서든 일을 할 땐 힘든 순간도 있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오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도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할 땐,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행복지수가 약간은 높아지더라고요. 제가 지금 제주올레와 퐁낭에서 하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주올레 길을 걸으며 받았던 영감과 행복을 일로써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고, 녹여낼 수 있다는 것.
그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런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런 일들을 해나갈 수 있는 밥벌이 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고생했고, 가장 몰입한 시간이었던 <2020 세계유산 축전>이 떠오르는데요.
최근에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면서 여행 사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제주올레와 퐁낭의 위기를 실감했고,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급여를 못 받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위기의 과정 속에서도 제주올레는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했고, 참여했죠.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제가 입사한 후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2020 세계유산 축전>이었는데요. 이 때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저는 '숨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맡았고, 규모가 큰 행사이다보니 새벽부터 시작해 밤늦은 시간까지 현장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말 바빴어요. 돌이켜보면 오늘 그리고 지금만을 생각하며 몰입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고요. 고생도 정말 많이 했지만, 덕분에 가장 보람되고 좋았던 일로 기억하고 있네요.
'살다가 걸어가도 된다'
늘 치열하게 살아온 제가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위로의 문장이에요.
살다가 한 번쯤은 천천히 걸어도 된다.
이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 바로, 제주올레길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올레 공식 완주 프로그램'이요!
제주올레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 될 완주 프로그램을 꼭! 한번! 제대로! 세팅해나가고 싶어요.
제주올레의 향후 10년,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요.
https://m.booking.naver.com/booking/5/bizes/376024/items/3918578?tab=details
저는 세상에 필요 없는 의견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 조직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래요.
구성원들 모두가 본인의 의견을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모습들이 조직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했는데 하나의 책을 추천하자니 참 어렵네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본인에게 다가오는 책들이 다 다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인을 위해 또는 후배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바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책인데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하나하나 공부하는 재미도 있고,
오랜 시간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쯤 인도 여행 떠나보는 것을 추천해요.
제가 인도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는 '나를 극한의 상황에 놓기 위한 도전'이었어요.
평소 좋아했던 명상과 자아 발견, 성찰의 목적뿐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니 치열한 삶 속에서 나름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극한으로 몰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는데, 바로 인도로 떠나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출국 3일 전 비행기 표를 끊어 즉흥 여행을 떠났죠. 그렇게 떠난 인도 여행에서 저는 제가 평생을 살면서 마주하지 못한 여러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한 번은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을 뻔 한 아찔한 경험도 했고, 길을 걷다 어머니를 잃은 아이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인도에서의 두 달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에 엄청난 영향을 준 계기가 되었죠.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인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쩌면 평생 단 한 번의 잊지 못할 추억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협력하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같이 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린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사이죠.
각자가 품고 있는 삶의 지향점과 목표들이 있을텐데 가능하면 그것들을 최대한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안에서 찾고, '일'과 연결해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적어도 피해를 끼치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약속을 지켜야 하고, 자연스럽게 책임이 따르잖아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려는 마음가짐,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로 인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하는, 그런 최소한의 노력이 함께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편이에요.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은 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감정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주로 혼자 길을 걸으면서 '걷기 명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 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취미는 길을 걸으면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에요.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피사체와 만나게 되는데, 피사체를 천천히 관찰하고 담아내는 것을 좋아해요.
이렇게 혼자 시간을 가지면 정리되지 않았던 감정을 내려놓기도 하고, 한 걸음 멀리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아요.
'정갈하다'가 떠오르네요.
'정갈' 이란 단어에는 깨끗하다, 깔끔하다. 심플하다. 정리가 되어있다 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갖고 싶은 단어이자 지키고 싶은 단어이기도 해요.
정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고, 또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도 한데,
저는 정갈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이거든요.
나의 상태, 나의 배경, 나의 주변을 체크하고, '정갈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강점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부족한 점을 잘 채우고, 개선하기 위해 늘 아등바등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죠.
이런 점들이 저의 강점 아닌? 강점일 수 있겠네요.
기회가 되고, 능력이 되고, 여건이 된다면
지금처럼 퐁낭에서 제주올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거창하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 어디가 되었든,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것들을 또는 영감을 받은 것들을 토대로
개인 사업 또는 예술 활동을 자유롭게 펼쳐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함께해주신 신현정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