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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May 15. 2021

봄 비 내리는 신촌리

제주도 그림 여행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심술궂은 표정의 하늘을 보아하니 종일 비가 올 것 같았다. 우산을 챙겨 가볍게 동네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포구는 파도의 하얀 포말과 거친 바람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우산이 부러질 것이 겁이나 얼른 골목 안으로 접어들었는데, 마을 안쪽은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비에 젖어 짙은 색을 띤 돌담과 그에 반해 더욱 화사한 노랑을 자랑하는 유채꽃의 대비가 눈을 즐겁게 했다.


신촌리는 마을을 관통하는 신북로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도로 주변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해안 쪽으로는 오랜 시간의 더께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옛것 속에 새로움이 깃들어 있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골목들을 걸었다. 차가운 비에 신발은 축축했지만, 골목 속의 따뜻한 풍경들이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신촌리의 작은 카페에서


봄 비 내리는 신촌리


따뜻한 커피 생각이 간절해 포구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비에 젖은 신촌리의 풍경을 종이에 담는 동안 음악처럼 들려오던 빗소리가 좋았다.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림이라는 방법을 통해 신촌리를 느리고 깊게 바라볼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흐린 날의 추억 하나가 그렇게 종이 위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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