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선명한 계절이 있다.
너를 만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눈부셨던 그 순간도 세상의 모든 희망이 무너져 내리던 이별의 시간도 모두 이른 봄날의 언저리였다.
그 위태로운 계절에 다시 함덕 바다를 찾았다. 차분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태양이 사라진 후 더 뭉클해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드라운 바람 속 떠오르는 기억들이 유난히 선명한 이유가 너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반짝이던 눈으로 너에게 모든 열정을 다하던. 내가 그리워 하는 것은 그 계절 속 낯선 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