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과 막 사이

한 편의 시

by 모루

막과 막 사이


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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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비명에 하늘 장막이

잿빛 구름으로 덮인다

막이 내린 밤은 분주하여

곤충들 발걸음에 먼지가 일고

분꽃이 트럼펫을 길게 불어 대면

사방에 온화한 반딧불이 켜진다

배역의 실수로 입술을 씹어대며

불안해했던 네 연기는 끝났다

조명 또한 초점을 잃어

대본의 동선을 벗어나고 말았다

너는 자작나무 숲을 꿈꿨지만

바닥에 걸터앉아 피날레를 연습한다

음악이 다시 흐르고

관객들은 2막의 기대감에 차 있다

너는 유리 같은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다시 계단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