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나는
나는 자꾸 숨고 싶습니다
후미진 골목길에
오래된 고서(古書) 속에
파리한 문자 속에
의미를 담고 싶습니다
나는 자꾸 미끄러져 갑니다
사람의 말속에서
다투는 감정(憾情) 속에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나는 자꾸 음악에 취해 갑니다
날 선 해금의 운율에
맑은 피아노 소리에
아름다운 창가(唱歌) 속에
무늬를 잃어 갑니다
나는...
나는 사라져 갑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월간시' 윤동주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의 노래>를 냈다. 동인지 <슬픔은 나의 꽃> < 혼자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