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그러나 제 독서는 전혀 체계적이지 못해요. 굉장히 빨리 읽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죠. 대다수 사람들에 비해 저는 속독가라고 생각되는데,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유리하지만 어디 한 군데 진드근히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단점도 많아요. 저는 그냥 전부 흡수한 후에 어디선가 숙성되기를 기다리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식하답니다. 구조주의나 의미론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아마 말을 못할 거예요. 바르트의 한 문장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느낌을 감지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지는 못해요.(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