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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酒冊)’, 어떤 술이 좋을까?

Amor Liber_책을 사랑하는 시간, 공간, 인간

by 홍승완 심재

술과 독서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책만큼 술을 잘 골라야 한다. 주책에 어울리는 술이 따로 있을까?


나는 오래 즐길 수 있는 술을 선호한다. 김이 금방 빠지는 맥주나 온도에 민감한 주류는 권하지 않는다. 작은 잔으로 한 번에 마시는 술도 마찬가지다. 맥주나 소주를 그냥 여러 잔 마시면 되지 않겠냐고 할 수 있는데, 주책의 목적은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독서를 즐기는 것이다. 이 목적을 염두에 두고 본인 취향을 고려해서 술을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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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위스키 /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나는 주로 와인과 위스키를 애용한다. 와인은 고대부터 사회 전반, 특히 문화와 예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 준 선물 중 와인만큼 훌륭한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라고 말한 걸로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엄은 철학적 논의를 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와인을 마시며 토론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플라톤과 동시대에 활동한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는 희곡 ‘기사들’에서 “와인을 가져오게. 슬기롭게 말하려면 머리를 적셔야 하니까”라고 썼다. 나도 책 읽으며 붉은 포도주를 마시다 보면 지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안의 붉은 열정이 깨어나곤 한다. 로마 제국 시대에도 “와인에 진리가 있다(In vino veritas)”라는 말이 회자 되었다고 한다. 정말 와인이 그만한 가치가 있고 지혜와 진리를 담고 있다면 가끔은 와인의 기운에 정신을 싣고 슬기롭게 책을 탐색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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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아리스토파네스 /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사전에서 영어 ‘spirit’을 찾아보면 ‘정신, 영혼, 진정한 의미, 참뜻’이라는 정의와 함께 술,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라는 풀이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스피릿인 ‘위스키’라는 용어는 게일어(Gaelic)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uisge beatha’에서 왔다. 이 단어는 영어에서 처음엔 ‘whiskybae’로 변형되었다가 이내 ‘whisky’로 줄었다. 위스키의 스펠링은 캐나다와 스코틀랜드에서는 ‘whisky’이고, 아일랜드와 미국에선 ‘whiskey’로 표기한다. 이 두 단어에 각각 하늘(sky)과 열쇠(key)가 들어 있다. 혹시 위스키를 잘만 마시면 하늘을 느끼고 열쇠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까? 위스키를 마시며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푸른 하늘 같은 가능성과 내게 딱 맞는 열쇠를 찾아보면 어떨까?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위스키를 마시며 책에서 푸른 가능성과 요긴한 열쇠를 찾아보곤 한다. 실제로 그동안 몰랐던 잠재력을 감지하고 꼭 필요한 실마리를 발견할 때도 있다. 가끔이긴 하지만. 괜히 취중 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찾아보니 여러 언어에 ‘술에 진실이 있다’는 취지의 속담 내지는 경구가 있다. 오래된 라틴어에 ‘술이 들어가면 진실이 나온다(Aes formae speculum est, vinum mentis)’라는 말이 있다. 독일어로는 ‘Im Wein ist Wahrheit’, 영어로는 ‘Wine in, truth out’이다.


술이 약하다면 칵테일과 하이볼도 좋은 선택이다. 주책을 처음 시도하거나 주량에 상관없이 음주 독서에 물음표를 가진 사람에게도 이 둘을 권하고 싶다. 요즘은 재료 구하기가 편해져서 집에서 어렵지 않게 칵테일과 하이볼을 만들 수 있고, 편의점 등에서 도수가 낮은 칵테일풍의 주류와 하이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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