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1화)
때는 양해중 씨가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묻는 남자친구에게 3회 접종에 54만 원인 가다실 4가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가 이별의 위기를 맞은 2014년 여름이었다. 여성가족부에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성범죄자 알림e’를 보급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강제추행범의 신상정보 등록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던 이때, 대전의 어느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을 당시 양해중 씨가 6년간 교제한 남자친구의 누나였던 고경주 씨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단지 앞에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경주는 아파트 1층의 유리 문으로 자신의 차림새를 살폈다. 셔츠, 스커트, 구두, 그리고 케이크 상자. 어느 하나 대충 고른 게 없었으나 한데 모이니 엉망이었다. 리넨과 면 혼방의 셔츠는 땀이 흐른 자리를 따라 오줌 싼 이불처럼 얼룩져있었고 스커트는 45도쯤 돌아가 뒤트임이 옆트임으로 바뀌었다. 스커트 색에 맞춰 신은 까만 구두는 둥근 앞코와 애매한 굽 높이 탓인지 고무신처럼 보였고, 압박에 준하는 새 스타킹의 탄력 때문에 피가 안 통하는 발가락 사이사이엔 땀이, 배에는 가스가 찼다. 무엇보다도 경주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