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역시 그 말이 진리였구나
이곳은 내 마음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태가 지나가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라 믿는다.
현재는 현실이 너무나 공포스러워, 이 안락한 아지트에 들락날락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익명을 위해 필명을 쓰며,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지금은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한다는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링컨 대통령은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얼굴에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 사십이 되면 얼굴에 그 사람의 직업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인생에서 직업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는 일이고 직업이고, 자기개발, 경력관리. 대체 이런게 무슨 의미인가란 생각이 든다. 당장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때에, 당장 내 아이의 생명이 걱정되고 불안해서, 뉴스 속보에 귀 기울이고 외출을 자제하며 피신하고 있는 이 상황이, 진짜 전쟁을 치르는 때와 무엇이 다른가 싶다.
별일 없이 지나갈 건데, 너무 오바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른들은 그렇다쳐도, 아이들이 있는 집은 이보다 더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애들이 무슨 죄...
일상이 달라진건 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사건이 아니므로, 모두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잠시 피난을 떠난다.
일상적으로 글쓰고 고민하는 일도 이제는 사치처럼 느껴지다니, 인생에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 역시 그 말이 진리였구나.
악조건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메르스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서 모두가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야 저도 이곳, 나의 아지트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 살길을 찾아야 살 수 있는 요즘 분위기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피난 가는 비겁한 자가 할 말은 아닌 듯 하지만요.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