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며,
동시에 내 생각을 더욱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내가 글을 본격적으로 (?) 쓰기 시작했던 것은 대략 2016년 3월부터다. 음악을 좋아하던 탓에 음악 웹매거진의 에디터로 운 좋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글과 전혀 친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주술 일치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았고, 하고픈 말이 많을 때는 지나치게 문장을 길게 쓰곤 했다. 아마도 당시 면접에서 치프 에디터가 나름 진심 어린 음악에 대한 애정을 좋게 봐줬던 것 같다. 우습게도 나는 그전까지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어쨌든 그렇게 에디터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우선, 간단한 뉴스 작성부터 시작했다. 뉴스에는 어떤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음악/연예 뉴스 및 보도자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부터 알아가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연히 기존의 안 좋은 글쓰기 습관도 고쳐가고, 사실상 걸음마부터 다시 떼는 수준의 교육을 치프 에디터로부터 받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쯤, 나는 공연 후기와 같은 취재 기사를 작성하게 됐고 이후 앨범 리뷰나 인터뷰 등의 기사도 쓰게 됐다. 다른 매체에서 글을 써보기도 했고, 유료 원고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약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글을 썼다.
글을 다시 쓴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글을 쓰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지만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글이 극도로 싫어졌다든지 그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웹매거진 내부적으로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고, 그 여파로 내가 속한 팀은 사라지게 됐다. 개인적인 사유도 있었기에 웹매거진을 나오게 됐다. 새로 들어간 직장은 음악 회사였지만, 글을 쓸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글과 멀어졌다. 글을 업으로 삼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딱히 글을 쓸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글쓰기 능력은 생각보다 인생에서 더욱 중요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며, 동시에 내 생각을 더욱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사실 결정적으로 글을 다시 써야겠다고 느낀 건, 어느 순간 항상 쓰는 문장을 쓰고 맞춤법도 헷갈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였다. 항상 비슷한 문장과 형식의 글을 쓴다는 고착화의 느낌을 넘어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1년 전 구매한 맥북을 이제서야 생산적인 목적으로 사용해보려고 한다.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적을 두고 성취와 만족을 이뤄볼 생각이다. 이전처럼 부담감을 느끼며 논리정연한 글을 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연재를 하며 바뀔 수도 있지만, 주로 인상 깊은 음악과 음악을 둘러싼 영상과 아트워크, 그리고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안을 채울 문장들은 아주 개인적일 것이다.
지금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기대해달라는 말을 전한다 Peri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