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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Feb 14. 2023

베를린에서의 사투 0.5 - 집 구하기

베를린에서 집을 구하겠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를린이 요즘 방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대

무성한 소문들. 베를린에서 방을 구하는 게 요즘 너무 힘들어졌다고. 방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의 줄이 두 블럭을 넘어갔다고. 어떤 사람은 베를린에서 1년 동안 31번이나 이사를 다녔다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과장이 심하게 들어간 왜곡된 진실인지 판별조차 힘들었다. 베를린에 오기 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수많은 글을 보며 두려움에 빠졌다.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도대체 방 하나 구하는게 얼마나 힘들길래 그러지? 웃긴 건 나의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나는 잘 구하겠지. 나는 초럭키가이니까' 라는 안일함이 커갔다는 점이다. (결론만 놓고 보면 나는 초럭키가이가 맞다. 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아주 좋은 집을 구했으니까)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용어에 대한 정리를 하자면 방과 집, 엄밀히 말하면 다른 것이지만 통용해서 사용하도록 하겠다. 집 계약의 주체도, 집주인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 될 수도 있고 메인 세입자가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전부 집주인으로 퉁치도록 하겠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에 기반한 글입니다. 반박 시 니 말이 다 맞습니다. 




얼마나 어려운데? 왜 그렇게 어려운건데...

이미 많은 글에서 봤겠지만, 우선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독일에서 집을 구하고 계약하기까지의 과정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독일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동산 또는 집주인 또는 방을 내놓은 세입자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지원 메일 또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집을 보러오라고 하며 뷰잉/인터뷰 일정을 잡는다. 이후 집을 보고 재정 증명용 서류를 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에 내가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입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흡사 취업 과정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실제로 집을 구해본 입장에서 베를린에서 방을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드냐고? 미쳤다. 그냥 미친 수준이 아니라, 절망적인 수준이다. (1인 가구 한정 이야기. 오히려 가족들이 살 규모의 집은 매물이 꽤 있는 편이라고 한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1) 우선 기본적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월등하게 높다. 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로 나오는 양은 그에 미치지 못하니 자연스레 경쟁이 치열해지고 월세도 올라간다. 1-2) 수요가 많아진 데에는 베를린이 인기 도시로 급부상한 이유도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타 유럽 도시들의 비싼 월세를 피해 상대적으로 싼 베를린으로 오기도 하고, 이에 맞물려 독일에서의 스타트업 열풍도 대단한 상황이다. 1-3) 예술의 영역에 있어 베를린은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허브이기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오기도 한다. 1-4)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많이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베를린에 얼마나 해당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2) 공급이 적은 이유로는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집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가기 때문이다. 유튜브든 블로그든 카페든, 다들 하나 같이 당신이 집을 구하고 있다면 공개적으로 알리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런 점 때문이다. Wg-Gescht, WG-sucht 등의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매물들은 아마 주변에 딱히 집을 넘겨줄 사람이 없어서일 확률이 크다. 


3) 마지막으로 조금 벗어난 이유지만 생각보다 그 영향력이 큰 이유로는, 처음 독일에 온 사람이 집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뽑을 수 있다.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 기본적으로 재정증명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서류의 요구는 집주인의 입장에서 백번 천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제는 처음 온 이들이 발급받을 수 없거나 발급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서류들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가령 Schufa라는 서류는 신용기록에 관한 서류라고 보면 되는데, 처음 독일에 온 사람도 해당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신용 기록이 없기에 사실상 발급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추가적으로 3개월치 월급명세서나 그동안 월세 납부를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전 집주인에게 서류로 받아 제출하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학생인 사람들은 제출도 불가능할 뿐더라 기본적으로 처음으로 집을 구하는 이들은 제출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집 구하기 팁

이러한 이유에서 베를린에서의 집 구하기는 절망적이다.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노력 만으로는 되는 영역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진 않다. 언제나 길은 있고, 길이 없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던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기에, 내가 집을 구하며 깨달은 팁들을 아래 적고자 한다. 그전에 집을 구하기까지의 간략한 정보를 기술하자면, 


[히스토리]

-독일 입국일: 2022년 9월 16일

-집을 구한 날짜: 2022년 10월 21일

-집을 구하기까지의 기간: 대략 1달

-구했던 집의 거주 형태: WG (쉐어 하우스)

-선정 기준: 거주지 등록 (안멜둥) 가능한 집, 좋은 위치 (중심부나 노이쾰른, 크로이츠베르그), 외국인들과 살 것, 합리적인 금액, 괜찮은 집 컨디션 


-그간의 거취: 호스텔 - 한인민박 - 쯔비셴 (1달) - 현재 집. 

-지원한 집 개수: 100군데 이상

-실제로 보러 간 집들: 8군데 정도?

-최종 오퍼를 받은 집: 총 3군데로, 1) 학생기숙사 (미테) 2) WG-Sucht에서 구한 WG (노이쾰른) 3) 하우징애니웨어로 구한 WG (리히텐베르크)


-최종적으로 입주한 집: 학생기숙사 (미테)

-구성원 수: 본인 포함 4명 (모두 외국인)

-한달 렌트: 397 유로

-계약기간: 1년이며 종료 시점에 연장 가능


우선 나는 입국 전, 호스텔과 한인민박을 각각 1주씩 예약을 하고 베를린으로 왔다.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2주 안에 집을 구하는게 나의 초기 플랜이었다. 세상 일 다 내 맘대로 풀리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역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결국 나는 베를린리포트 (한인 커뮤니티)에서 단기 거주용 집(쯔비셴)을 구했다. 9월 말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략 1달 정도의 기간 동안 장기 거주용 집을 구하는 것이 나의 플랜비였고, 다행히 두 번째 플랜은 성공했다. 내가 고를 수 있는 옵션들이 있었으니 사실 대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내가 주로 봤던 사이트와 말하고픈 팁은 아래와 같다. 


[웹사이트]

WG-Gescht

WG-Sucht

HousingAnywhere

Flats in Berlin (Facebook Group)

Berlin: LONG TERM flats (Facebook Group)

베를린리포트 (단기 거주용)

독일에서 방구하기 (단기 거주용 / Facebook Group)


많은 이들이 immosbilescout24와 immowelt 뭐시기를 많이 보라고 하는데, 나는 그다지 많이 보지 않았다. 우선 영어 버전이 없어 구글 번역을 돌려서 본다고 해도 불편했고, immosbilescout 24에서 WG를 찾을 경우에는 대부분이 WG-Sucht에 등록된 매물로 연결되기 때문에 거의 보질 않았다. 가장 많이 본 사이트는 WG-Gescht이며, 가장 매물이 많이 올라오는 사이트이자 동시에 스캐머들도 가장 많은 사이트다. 




(당연히도)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집구하기라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당연히 해봐야 한다. 조금씩 웹사이트들에 익숙해지면서 자주 보는 웹사이트를 정한 후 꾸준히 체크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자. 지원자들이 많은 만큼, 빠르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거의 WG-Gescht에서 살았으며 많이 볼 때는 정말 몇 분마다 끊임 없이 새로고침을 하며 봤다. (심지어 첫 학기가 시작하고 수업 때도 중간중간 랩탑으로 사이트를 확인했다. 잠재적 내 집,,,수업이 챙겨주는 거 아니니까 ㅎ) 


아, Immosbilescout 24를 쓰는 사람이라면 정기결제를 하여 프리미엄을 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다. 프리미엄 회원의 메시지가 상단에 뜨게 되어 확률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의 눈에 더 띄게 될 수 있다. (그래봤자 또 프리미엄 회원들끼리 경쟁하는 거잖아...)




자기 소개 텍스트는 영어, 독일어 버전 모두 준비할 것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올라온 글들을 꼼꼼히 읽어 보자. 괜찮은 집을 찾았는가? 그럼 다음 순서는 당연히 메시지를 보내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할 때 쓸 자기 소개 텍스트를 미리 써두는 것이 좋은데, 나의 경우에는 영어 및 독일어 버전으로 모두 준비해뒀다. 독일어의 경우에는 deepl 사이트에서 영어를 독일어로 변환해서 썼고, 독일인 친구에게 수정과 컨펌을 받았다. 




지원은 빠르게, 디테일은 살려서 지원할 것 

말했 듯이, 수많은 경쟁자들이 당신처럼 방을 노리고 있다. 매물을 올린 사람은 올리자마자 수십개 아니 몇백개의 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눈에 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빠르게 지원하는 것. 미리 작성해둔 자기소개 텍스트를 이제 카피 앤 페이스트하도록 하자. 단!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리 작성해둔 자기소개 텍스트에서 이름만 바꿔서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집주인은 비슷한 제목에 비슷한 내용의 텍스트를 질리도록 볼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1) 이목을 끌만한 첫 줄을 작성하자. 단순히 'Dear, ~~'로 적힌 첫 줄보다는 임팩트있는 본인에 대한 짧은 문장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2) 해당 글에 올라온 디테일을 자기소개 텍스트에 녹이자. 집주인도 휴먼이다. 아마 딱보면 그냥 카피 앤 페이스트해서 이름만 바꾼 건지 알 것이다. 그렇기에 올라온 글의 내용을 꼼꼼히 읽고 특정 디테일에 대한 내용을 본인의 글에 녹이도록 하자. 물론 이 과정 또한 빠르게 처리되면 좋다. 아, 그리고 실제로 어떤 집주인들의 경우, 본문을 제대로 읽었는 지 확인하기 위해 특정 단어나 문장을 기재하라고 써놓기도 한다. 그러니 잘 읽고, 스탠드 아웃할 수 있게 잘 작성해 빠르게 지원하도록 하자. 


*아, 당연히 어느 웹사이트 건 기본적인 정보와 프로필 이미지는 당연히 완벽히 작성해두자. 그건 기본이다.




본인 만의 집 지원 기준을 확실히 정할 것. 

누군가는 말한다. 어디든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라고.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입신고와 같은 안멜둥을 입국 후 최대한 빠르게 해야하는, 아주 특이한, 독일이기에 나름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동의는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입주했는데 집이 너무 별로라면? 독일의 경우, 대부분이 최소 6개월은 거주해야 하기에 최소 6개월 동안은 집이 집이 아닌 끔찍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옮기고 싶다면 또 집을 찾아야 할 것이고 말이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기에 나만의 기준을 확실하게 정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네 가지 정도였다. 1) 안멜둥(전입 신고)이 가능한 집. 2) 영어 사용을 위해 외국인들과 사는 WG 3) 베를린 중심부 또는 노이쾰른 또는 크로이츠베르크 4) 합리적인 가격. 이렇게였다. 이 기준들 중에서도 우선 순위도 당연히 정했다. 이렇게 했을 때 좋은 점은 해당 기준들에 부합하지 않거나 특정 조건에 아예 반하는 집들은 자연스럽게 필터링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슨, 쓸데 없이 고민하고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 만의 기준을 정해두고 집을 찾고 지원하길 강력히 추천한다. 




공격적인 셀프 프로모션을 하자 

INTP인 나조차도 이곳에서는 생존을 위해 E모드를 장착했다. 그리고 어디서든 만나는 이들과 말을 걸며 친해졌고 인스타그램 맞팔을 하며 친구를 만들어갔다. (관계의 진정성과 지속성은 우선 제쳐두도록 하자) 나는 E-Sim을 개통하러 가서도 친구를 만들었고, 학교 도서관에서 담배를 피면서도 친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난 항상 내가 집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렸다. 내 예산이 어느 정도이고 나는 이런 정도의 집을 구하고 싶은데 혹시나 주변에 새로 세입자 구하는 친구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말이다. 조금 친해진 친구에게는 독일어 자기소개 텍스트 수정을 부탁하기도 했고, 그 친구는 나중에 내가 집 뷰잉하러 갈 때 따라와 독일어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학생이라면 학교 오피스를 찾아가보도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 과 오피스와 유학생들의 업무를 다루는 인터내셔널 오피스 두 군데를 찾아갔다. 엄청난 소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스스로 계속 다른 사람에게 어필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를리너들은 생각보다 착하다. 




다른 옵션들도 꾸준히 볼 것 

집을 지원하기 시작하다보면 매물을 보는 사이트들이 어느정도 정해질 것이다. 그러나 다른 옵션들도 꾸준히 주시해보도록 하자. 예를 들면 학생 기숙사나 사설 학생 기숙사 등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당연히 미리 온라인으로 지원해두어야 한다. (기숙사는 정말 가성비적으로 최고니, 가능한 최대한 미리 지원하자) 아마 지원을 해도 18개월을 기다려야한다고 하거나 아니면 현재는 방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 꾸준히 지원을 해야한다. 어떤 사설 기숙사의 경우, 웨이팅 리스트가 따로 없기에 운이 좋으면 당신이 지원했을 때 때마침 누군가가 나갈 예정이라 방을 얻을 수도 있다. 


추가적으로 나는 HousingAnywhere라는 사이트도 꾸준히 체크했다. 해당 사이트는 검증된 셀러와 집을 구하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중개 사이트라고 보면 된다. 특이한 점이라면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보고 지원을 하고 선정된다면 바로 계약을 하게 된다. 집 뷰잉은 안타깝지만 없다. 이게 무슨 경우이나 싶지만 나름 퀄리티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뷰잉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실제 입주 시 집에 대한 내용 및 사진과 다르다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자. 그리고 계약을 하게 되면 커미션 피도 내야 하니 그것도 알아두자.


나는 실제로 이곳에서 집을 예약해서 계약까지 했었다. 이 사이트도 인기가 많기에 괜찮은 매물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미친 듯이 지원을 한다. (심지어 바로 입주 가능한 집도 많이 없는데도 경쟁률은 빡세다) 내가 나름 빠르게 지원을 했는지 내 메시지를 보고 하루 정도 후 내가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해당 집을 포기하게 됐지만, 어쨌든 간에 메이저 웹사이트 외 다른 옵션들도 꾸준히 체크하도록 하자. 언제 어디서 기회가 당신에게 올 지 모른다. 




정도만 생각하지 말 것

지금 살고 있는 학생기숙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정도를 걷지 않아서이다. 내가 최종적으로 입주하게 된 곳은 학생기숙사 STW라는 곳인데, 기본적으로 이곳은 온라인으로 지원 신청을 받는다. 다만 대기자가 어마어마해서 3학기 정도를 기본적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말이 안되기에 나는 그냥 해당 기숙사의 오피스로 찾아가 지금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있는지 문의했다. 간혹 입주 기회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빈 방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리에서 들은 대답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차가운 말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며칠 후 기숙사 오피스로부터 메일이 왔다. 내가 지원한 기숙사에 곧 빈 방이 생기는데 캐스팅에 참여할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당시 내 이름을 기록해둬서 나에게 기회를 준 것 같다. 나는 당연히 참여하겠다고 했고, 해당 기숙사에 현재 지내고 있는 세입자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들은 나를 뽑아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나중에 들었는데 수많은 지원자들이 기존 세입자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원칙을 중요시 하여 예외적 허용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적인 감정조차 없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방법도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으며, 또 다른 정도가 아닌 방법도 당신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베를리너 되기는 쉽지 않다

집을 구하는건 빡세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만난 베를리너들은 하나 같이 말했다. 집 구하는 거 힘들고 요즘 주택 시장이 미친 건 맞는데, 언젠가는 구할 거라고. 집을 못 구하진 않을 거라고. 그런 말들을 들었던 당시에는 속으로 '미친 놈이 지 일 아니라고 X나 편하게 말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들이 말한 것처럼 결국 나는 집을 구했다. 어떻게 보면 꼰대들이 나름의 진리라고 얻은 말을 받아들은 내가 꼰대가 되어 그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진짜다. 시간이 걸릴 뿐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내가 했던 생각을 똑같이 할 수 있다. 이해한다. 그런 생각도, 뭐하러 이 고생을 하러 왔나 싶은 현타도, 지쳐서 멋진 베를리너의 삶이고 뭐고 '진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모두 이해한다. 나 또한 겪었으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끝까지 집요하게 노력해서 집을 얻었을 때의 쾌감을 당신도 느꼈으면 한다. 그때는 낯선 타지에서도 이제는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당신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iq4dlD8h5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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