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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경 Jul 14. 2017

날아라, 변신돼지

우리 '토종재래 돼지' 변신과 도약을 위한 출사표


이른 새벽, 한반도 동쪽 끝 동해바다 해돋이를 보고 자란 경북 포항 송학농장의 토종재래 돼지 다섯 마리가 먼 길을 떠납니다. 트럭을 타고 약 3시간 반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한반도 서쪽 끝 충남 홍성에 위치한 성우농장. 300 여 km 떨어진 이곳에 도착하자 처음에는 어리둥절합니다.

하지만 1천 여 평 야외방목장의 보드라운 황토 흙을 피부로 느끼니 마냥 신이 납니다.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수 있어 좋습니다. 앞 발로 흙을 파고 물 웅덩이를 뒹굴고 있으니 어느덧 서쪽 하늘이 황금빛으로 변합니다. 해돋이를 보고 자란 토종재래 돼지들은 또 다른 모습의 태양을 바라보며, 낯설지만 아름다운 노을 빛에 빠져들며 오늘 하루의 노곤한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 홍성 원천마을 성우농장 마을방목장






맛은 식재료의 차별화된 다름과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 의해 품격을 더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의 결합 모양에 따라 개체의 품종이 달라집니다. 품종이 다르면 맛도 쓰임도 다릅니다. 늘 우리 식탁에 익숙하게 오르는 돼지고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삼겹살로 고착화 된 서민육 이미지, 맛과 품종이 아니라 오직 ‘생산성과 무게’에 의해서만 가치가 정해지는 돼지고기 유통시장, 돼지고기는 매일같이 소모되는 한낱 일상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돼지고기 맛은 익숙하지만 단순하고 특별히 차별화한 식문화가 없습니다. 이제 돼지고기도 날개를 달고 싶습니다. 한우 버금가는 고급육으로, 돼지만의 고유한 맛과 품종을 자랑하며 반전 있는 변신을 이뤄낼 수는 없을까요?




이러한 고민에 동참한 농촌의 생산자와 도심의 셰, 대학의 교수가 돼지고기 식문화를 바꾸기 위한 아름다운 동행에 나섰습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우리 토종재래 돼지’입니다.




우리 토종재래 돼지란


‘토종’이라 함은 한반도에서 적어도 수 천 년 이상 자라난 종자를 말합니다. ‘재래’란 말은 옛 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엇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 토종재래 돼지는 중국 만주지방에 서식하던 야생종 돼지 중 하나인 소형종이 그 뿌리입니다. 소형종 돼지는 2천~3천 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사육되며 조선 말까지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며 전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외국 품종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정부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외국 개량종을 장려하면서 사실상 멸종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분이 있었으니, 바로 포항 송학농장 대표인 이석태선생(69세)입니다.

이석태 선생은 대학시절에 어떤 계기를 통해 우리 돼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문헌에 기록돼 있는 우리 토종재래돼지의 생김새와 특징을 근거하여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 형태가 비슷한 녀석들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1997년에 영남대 자연자원대학과 공동으로 “유전자 지문 기술을 이용한 토종돼지 복원에 성공합니다.

@ 포항 송학농장 토종재래돼지   




토종재래 돼지의 특징을 살펴보면


“털이 검은색이고 윤택이 난다. 긴 주둥이와 직립형 귀를 갖고 있으며 등선이 평평하며 약간 처진 모양이다. 다리가 짧고 가슴이 넓으며 엉덩이가 길다. 그리고 머리에는 이마에 내천(川)자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외국 개량종에 비해서 성장속도가 느리고 번식력이 약하다.”




“육색은 소고기와 같은 짙은 선홍색을 띄며 육질이 쫄깃쫄깃하며 특히 지방 부위가 단단하고 맛이 뛰어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외래종에 비해 적은 편이고 불포화지방산의 함유가 2배 정도 높다.”


@ 포항 송학농장 토종재래 돼지  


이른바 ‘비육돈’이라 불리는 시중의 일반교잡종 돼지가 6개월에 110~120킬로그램의 몸무게가 나가는 것에 비해, 토종재래 돼지는 태어나서 9~10개월이 지나도 몸무게가 70~80킬로그램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비육돈이 11~13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비해, 토종재래돼지는 5~8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때문에 오직 무게와 생산성만으로 값을 따지는 우리 나라 돼지소비 시장에서 토종재래돼지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높은 가치의 로컬 푸드를 위해서는 종의 다양화를 지켜내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도심의 셰프가 농촌의 생산자와 도심의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가치 있는 요리가 필요합니다.




셰프는 사라져가는 우리 토종재래 돼지 품종의 맛과 특징을 살려내기 위하여 문학적 상상력과 시각적 예술성을 더하여 창의적인 요리를 내어 놓습니다. 우리 토종재래 돼지를 식재료로 하는 의미로운 맛 실험과 요리의 현장, 발효주‘월향’과 홍성‘성농장’이 주최하는
 ‘우리 토종재래 돼지요리 팝업으로 떠나봅니다.




‘변신돼지’ 스토리텔
@작가 서은경  



@ 방목 토종재래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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