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분리와 통합에 대한 고찰
학창 시절,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나. 툴툴대는 나에게 엄마는 줄곧 말씀하셨다.
“스무 살만 넘으면 네 멋대로 살아. 대신 지금은 네가 하는 게 곧 엄마의 책임이 되니, 내 룰을 지켜줘야 해.”
그렇게 나는 스무 살이 됐고..
(이하 아래 짤로 요약)
(큰딸 양육에서 20년 만에 졸업한) 엄마는 놀랍게도 나에게 아무런 간섭도 없었다고 한다....! 휴학도, 갑작스러운 독립도, 퇴사도, 심지어 결혼도! 인생선배로써 가끔 내가 우려될 때 조언을 하시거나 넌지시 의견을 전할 뿐,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고 책임이 되었다. 아무래도 세대차가 있다 보니 가끔 의견이 부딪히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권위의식보다는 서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깨닫는 자리가 되곤 한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대부분의 결정에서 '그래서 너희 둘이 좋은 건 뭔데? 너희가 행복하면 엄마는 뭐든 상관없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물론 이런 사이가 흔치 않다는 건 잘 알고 있고, 나를 믿고 존중해 주는 엄마에게 감사하다.
구구절절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은 까닭은 내가 ‘내 몫의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환경에서 살아왔음’을 말하고 싶어서다. 이런 나는 남편과 결혼을 약속하기 전 딱 하나의 부탁을 했고, 알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 가정에 대한 모든 결정은 우리 둘의 생각에 달렸으면 해. 우리의 일은 너와 내가 결정했으면 좋겠어. “
그런데 아뿔싸, 내가 생각한 가정의 개념과 우리 시부모님의 개념은 완전히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가정이란, 부모의 가정과 명확히 분리되었되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독립된 주체였다면 (그것이 1인 가구든,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시부모님이 바라보는 아들부부의 가정은, 본인들에게 속해진 또 하나의 작은 그룹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처음 결혼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우리 가족으로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더랬다. (와줘서…)
전자가 오랜 기간 사부에게 가르침을 받고 독립해 본인의 식당을 창업한 것이라면, 후자는 본사에 속한 직영점이나 프랜차이즈 계약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 보니 당연히 운영의 자유도가 차이 날 수밖에. 자꾸만 본인들 입맛에 맞추려 하실 밖에.
*본사의 방침을 몇 가지 풀어 보자면
-하루 이틀에 한 번은 전화를 해야 하고, 한 달에 한두 번쯤은 부모를 만나러 와야 한다.
-시댁엔 며느리가, 처가댁엔 사위가 전화를 해야 한다.
(전 저희 엄마한테 더 전화하고 싶은데요ㅠㅠ저희도 너무 바빠서 제대로 된 주말데이트도 못하는데요ㅠㅠ)
이건 정말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하위 단의 작은 일들이고 글 하나에 미처 풀어놓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2세 계획이라던지 좀 더 큰 결정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결론적으로 격동의 몇 개월을 보낸 동안, 나 스스로 깨달은 게 있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 상대가 내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무언가를 바란대도, 그걸 들어주느냐 어느 정도까지 들어주느냐는 결국 내 선택이다. 내 선택에 서운하든 화가 나든 그것은 무리한 요구를 한 상대방이 감수해야 하는 거다."
소화하지 못하는 걸 꾸역꾸역 삼키다 보면 언젠가 큰 탈이 나기 마련이다.
오늘도 나는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삼키고 나머지는 거절하며 '나다움'과 '내 시댁이 원하는 며느리다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내 마음이 선택한 '남편',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결혼'에 할수 있는데까지 책임지기 위해서.
우리 그만 우리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부부 독립 만세! 며느리 독립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