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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만히 Nov 28. 2023

02 어떻게 시어머니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

김장이란 무엇인가


 나는 우리 엄마의 김장 스케쥴을 알지 못한다. 평일 내내 고생하는 내새끼가 굳이 와서 고생할 필요 없다는 마음, 그냥 엄마 집에 놀러와서 김치나 맛있게 먹고 갔으면 하는 마음(물론 갈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굴보쌈이 한가득이다)이 우리 엄마의 마음이다. 그래서 굳이 언제 김장한다 말하지 않고 뒤늦게 김치 먹으러 오라며 딸들의 마음을 헤짚어 놓곤 한다. (나한텐 김치보다 엄마가 더 중요해)


 지금은 남편이 된 내 전 남자친구는 김장 날이라고 특별히 시간을 빼서 본가에 가던 사람이 아니다. 분명 그의 어머니도 굳이 바쁜 아들의 도움을 바라기보다 아들이 김치를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이 행복했으리라. 주말 느즈막히 늦잠 자고 일어나 눈비비며 ‘엄마 밥이 맛있다’ 말만해도 행복한 어머니의 마음 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며느리가 생기는 순간, 그런 순수한 기쁨은 사라지고 ’김장 하는데 오지도, 연락하지도 않은 괘씸한 것.‘만 남는다.


 신혼여행을 끝내고 양가에 인사를 드리러 간 날, 나는 시어머니에게 일주일 후에 김장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지 않았다고 절대 죄송하지 않았고 어떠한 죄책감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베푸는 것은 본인의 만족이자 기쁨인 것이지, 본인이 감당하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일이라면 이미 욕심이 아닐까.


 고생이지만 자식들을 위해 감내하는 마음은 보람있는 ‘선택’인 것이지, (아들을 사랑한 죄뿐인) 며느리의 희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생색어린 행위가 아닌 것이다.


 물론 어머니는 내 남편에게 ‘걔는 연락도 한번 없니’라고 너무도 예상했던 말을 하셨다는 후문.


 어머니, 어머니의 아들은 중국산 김치도 맛있다고 잘 먹는 사람이랍니다. 종갓집 브랜드가 역시 김치를 잘 만든대요. 김장한다고 고생한 어머니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직접 도우러는 가지 않더라고요. 물론 저는 이에 대해 전혀 질타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에게도 김치는 중요한게 아닌걸테니까요.

 

 우리 모두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아요. 진정 온 마음을 쏟은 후, 그 이후에야 서운한 감정을 생각해볼 법 합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저를 딸같다 하지 않으셔서. 조금은 솔직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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