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부록 ] 뉴욕그림여행 #6
[오래된 부록] 뉴욕그림여행 #6
요 며칠의 깨끗하고 예쁜 날씨 때문에 이 날이 생각났는데,
누군가 첼시 쪽에는 작은 갤러리들이 많이 모여있으니까 한번 가보라고. 거기를 쭉 둘러보면 뉴욕 현대미술의 바로 지금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날은 대략 그 정도의 계획만 가지고 움직였던 날이다.
실은 갤러리의 현대미술보다도 뉴욕 거리 곳곳의 그래피티가 난 더 리얼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므로 이 날 기억에 남겨둔 작품은 거의 없지만, 딱 한 명. 메모했다가 나중에 다시 한번 찾아봤던 작가가 있다.
Hope Gangloff. 우연히 들어갔던 작은 갤러리에서 그녀의 개인전을 보게 되었다.
페인팅보다는 일러스트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무겁지 않은 일상을 담은 그림들이었는데
특히 (아마도 그냥 볼펜으로 그린 듯) 별거 아닌 재료로, 평범한 주제를 그린 그 가벼움이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돈도 없었으면서 괜히 물어보고 싶었는지, 저기 저 그림 살 수 있냐며 얼마인지 물었더니
직원분이 파일을 꺼내서 확인해보고는 이미 팔렸다고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가 끝났고,
또 이 전시가 그녀의 첫 번째 개인전이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래, 이래서 이 장면이 기억에 남았나 보다. 뭔가 굉장히 부러워서...)
아무튼, 부러움은 허기로 잊은 채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려 들렀던 허드슨 강 옆 작은 공원, 허드슨 리버 파크.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허드슨 강도 반짝반짝 빛나고, 잔디도 곱고 편안한 공원이었다.
공원 가운데의 잔디밭에 다들 아무렇게나 누워서 자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특히 인상적이면서도 한편 충격적이었던 건, 상의쯤 훌훌 벗고 무려 삼각팬티만 입은 채 앉아서 식사하던
멋쟁이 뉴요커들.
그니까는,
아주 여유로운 오후.
He. 20061010
Hudson River Park
illust by KOOO
[오래된 부록] 뉴욕그림여행 #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