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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진 Mar 04. 2016

기억해야 할 기록

영화 <동주>를 보고

# 느닷없이 영화를 봤다. 친구가 준 아까운 예매표.

요즘 무슨 영화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 한 친구가 영화 <동주>를 봤다며 '정말 좋더라'라는 감상평을 남겼었다. 

그 친구의 '정말 좋더라'는 그저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속 저 깊이에서 온 울림이란 게 느껴져 나도 고민 없이 <동주>를 선택했다. 사실 영화가 너무 보고 싶지는 않았다.  쓸모없는 생각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영화 시작 전 무의미한 광고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고 가장 어둡게 불이 꺼지면서 오래간만에 기분이 짜릿했다. 불이 꺼지는 순간은 설렌다.


영화를 봤고(줄거리는 됐고) 부끄러웠다.

윤동주의 시는 아름다웠고 나의 언어들은 속이 좁았다.

그들의 삶은 진심이었고 아직 한창 남은 내 생을 얼마나 진심으로 남을지 불안했다.


# 어떻게 저들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들은 진심을 전달하고 알아들을 수 있을까.

   

또 잊고 있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한때 자연이 주는 날것의 생기와 에너지, 눈망울이 예쁜 사람들 그리고 죄책감을 씻어주는 어떤 선의들에 정신이 팔려 까르르하고 반짝 빛나던 시절 빈속을 채워주던 것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내가 정신을 쏟았던 것들도 한때는 아름답기만 했다. 그렇지만 그것마저 사람 사는 일이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풍부해지기 보다는 쪼그라들었다. 역시나 돈과 이해관계는 문제였다. 세상은 치열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몰두하면 도태되거나 우스운 사람 취급당했다. 그러다 그 모든 것들이 더 이상 내게 아름답기만 하지 않아 몹시 쓸쓸했다. 


# 우리는 중학교 때 윤동주의 시를 배웠다. 그땐 까르르하던 시절이라 지금 만큼의 울림은 없었다. 윤동주는 서른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남기고 간 시들은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을 울리다니.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나와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어른이었고 우리도 그 모습이 되고 싶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렸다. 시와 영화로 다시 꺼내었으니 이제 기록으로 남기고 두고두고 보고 싶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 이라니 

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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