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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입추(立秋)

by 봉진


2025년 8월 7일(목)

최저온도 22°/ 최고온도 31°



비와 더위를 번갈아 맞이하는 바쁜 여름이다.

한낮에 달궈진 집이 해질 무렵 서서히 식어가는데,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밤에도 종종 에어컨을 켠 적이 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 집 앞마당에 그늘이 지면 방마다 창문을 열고 선선한 공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손을 창밖으로 뻗어 공기의 온도를 잠시 느껴보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시원하지 않았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창을 열었다.

바람이 다르다. 문을 열고 마당을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웃음이 났다.

입추(立秋)는 올해도 어김없이 선선한 바람을 몰고 돌아왔다.

여름 내내 기다렸던 바람이라 반가운 입추. 입추를 기다리는 이들도 그만큼 반가운 이들도 많아 사랑받는 절기일 거 같다.

집보다 시원한 마당을 거닐다 늘 소홀한 밭에 올라가니 봄에 심은 고추가 빨갛게 익었다.

올해 여름 날이 더워 집집마다 고추 농사가 잘 됐다고 하는데 우리 집도 고추 농사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도 주렁주렁 많이 열였다. 둘이 먹기에 넘치는 양이어서 고추가 붉게 익기 전에 한 바구니를 따 고추다짐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많은 양을 수확하고 나서도 얼마 안 지나 또 이렇게나 많은 고추가 주렁주렁 자라 붉게 무르익었다니. 붉게 익은 고추를 더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입추 기념 고추 수확을 했다.

고추는 한번 심으면 가을까지 먹는다고 하니. 고추 농사가 잘되기만 한다면 이렇게 가성비 좋은 작물이 있을까 싶다.


문득 작년 입추 풍경이 떠올랐다.

퇴근하려고 밖에 나오니 넓게 퍼진 구름과 노을이 예뻐서 하늘을 보았고 바람이 시원했다.

시원한 바람 덕에 버스를 타는 대신 걸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내게 남겨진 입추들이 기대되는데, 왠지 입추만 너무 사랑하는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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