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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Apr 03. 2018

아마추어에겐 현대미술이 오히려 더 쉽다(1_13/17)

가상현실주의 그리고 집에 전시하기 좋은 작품

사진에 대한 과잉 적응이 극사실주의 라고 생각한다. 

극사실주의 작품 중에 거리에 관계없이 핀트가 맞아 오히려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 있고 건물을 그렸지만 중요한 사람이 없어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병치하여 풍부한 상징성을 얻은 그림을 개념 미술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 김창렬의 물방울 그림 중 그에 맞는 그림이 있다. 


물을 흡수하는 한지에 한자가 인쇄된 것처럼 보이는데 땀방울 같은 물방울이 그려진 작품이다.

김창렬 "회귀" 1993

이 물방울의 의미는 한자를 배우는 어려움을 상징하기도 하고 과거를 보려고 사서삼경을 외우는 노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훈장의 회초리를 맞을 때 흐르는 식은땀을 상징하기도 하고, 과거를 준비하는데 흘리는 주변 사람들의 땀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가상적인 상황을 실제처럼 그럴 듯하게 표현한 그림을 가상현실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안견 "몽유도원도" 1447

  

가상현실주의의 시조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인 것 같다. 여기서 가상현실이란 컴퓨터의 VR과 다른 개념이고 완전한 가상현실이 되려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같은 세상을 창조하거나 VR안경을 쓰고 게임 속 세상을 창조하면 된다.


안창홍 "술과 혀" 1998

안창홍의 그림은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남녀의 음흉한 마음까지 표현하여 나름의 극 사실이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속마음까지 표현한 이런 그림을 증강현실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그림은 미술사적 의의가 있어 수집하면 좋으나 민망해서 가정의 벽에 걸어 놓기는 부적절하다.


가정에 상설 전시하기엔 부귀영화 등 좋은 뜻의 전통화나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화나 꽃그림이 적당하다. 


지금까지 본 작품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작품은 진영섭의 스테인리스 스틸 사과꼭지에 아름다운 곡선의 덩굴이 뻗쳐올라가는 작품과 스테인리스 스틸 구스를 뭉쳐 골대 같은 정사각형 틀을 만들어 물고기 떼가 줄지어 골인하듯이 그 틀을 빠져나가려 하는 작품이었다.

진영섭 작품전 2008
진영섭 "Black HoleⅡ"

 덩굴사과는 작품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물적으로 뻗어나가는 덩굴의 곡선과 사과의 곡선이 완벽하게 어울려 동물성과 식물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고, 사각 틀을 물고기 떼가 빠져 나가려 하는 작품은 성적인 의미도 있지만 중요한 관문을 통과하는 의미가 있어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것 같다. 

덩굴사과는 집단으로 있을 때 더 아름다우므로 최소한 쌍으로 전시하는 것이 아름답다. 







김창렬 "회귀" 1993 : http://archivenew.vop.co.kr/images/cdcfc3e484a1b92ecab31ba7e4109c20/2018-01/marked/23060053_22.jpg

안창홍 "술과 혀" 1998 : https://artre.net/author/heLw3E/

안견 "몽유도원도" : https://ko.wikipedia.org/wiki/%EB%AA%BD%EC%9C%A0%EB%8F%84%EC%9B%90%EB%8F%84#/media/File:Dream_Journey_to_the_Peach_Blossom_Land.jpg

진영섭 작품 : http://m.mt.co.kr/renew/view.html?no=2008080512171615766&googleam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09111100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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