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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Feb 23. 2018

아마추어에겐 현대미술이 오히려 더 쉽다(1_12/17)

추상의 표현

아날로그 사진이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머릿속 상상세계이다.

맨 처음 떠오른 것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이다. 

초현실주의란 서리얼리즘(Surrealism)을 번역한 말인데 초 현실 이라면 증강현실 같은 느낌을주기 때문에 비현실주의라고 번역 하는 게 타당하다. 


∗ 증강현실이란 컴퓨터 업계에서 쓰는 말인데, 예를 들어 맛집을 찍어 보내면 관련 위치 정보나 리뷰 등이 화면에 뜨고,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원재료 등 관련 정보나 주의사항이 뜬다거나, 냉장고의 경우 보관 중인 재료에 맞게 레시피를 추천하거나 유통기한을 알려주고 재고를 자동으로 파악하여 폰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증강현실의 일종이다.


달리의 꿈속에나 나올 법한 상상의 세계를 그린 작품을 앞으로 비현실주의 작품으로 부르겠다.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1931


그 다음은 각종 추상화인데 한국인이 추상화를 쉽게 받아들인 이유는 한자, 한글, 서예, 조각보 때문일 것이다. 

한자의 상형문자는 이미 반 추상이고 회의 문자는 추상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한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겉보기에 기하학적인 무늬로 표현하고 서예의 기세와 멋은 추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서예의 기운생동은 칸딘스키의 음악을 추상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작자 미상 "옷보" 19세기


몬드리안의 추상화는 한국 조각보 보다 격조가 낮다. 

서예의 기운이 온 화면에 가득한 것을 상상하면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은 개념의 미를 다룬 개념 미술이다.

개념의 미학은 크게 분류해서 개념의 조형미, 개념과 이미지의 대조미, 개념과 이미지의 변주미와 이들이 복합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개념의 조형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백남준의 ‘TV 부처’를 들 수 있고 개념과 이미지의 대조미가 뛰어난 작품을 뒤샹의 ‘샘’이라고 생각하고 개념과 이미지의 변주미가 뛰어난 작품을 뒤샹의 마지막 그림이라고 알려진 균열이 간 벽에 담쟁이덩굴이 그려져 있고 한 쪽 귀퉁이에 체스 두는 남녀가 그려진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이 모든 것이 복합 된 작품은 데미언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작품에 대한 해설은 개별 작가 편에서 다룰 것이다.


백남준 "TV 부처" 1974
마르셀 뒤샹 "샘" 1917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그 외에 미학과 관련 없이 상징성만 과다한 작품이 있고 그 밖에 극사실주의로 분류하지만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을 그려 풍부한 상징성을 획득한 그림을 개념 미술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징성이 과도한 작품은 관념과잉으로 지적받기 일쑤인데 그런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2회 부산바다 미술제에 출품 된 외국작가의 작품 중에 지상 2미터 높이 정도 되는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흰색 칠을 한 다음 나뭇가지에 레몬을 양파 망 같은 주황색 나일론 그물망으로 싸서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작품이 있었다.



 나무는 아바타라는 영화에 나오는 세계수나 생태계를 뜻하는 것 같고, 나무의 껍질을 벗긴 것은 지구의 껍질인 숲을 파괴하는 것이나 생명체를 보호하는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고, 흰색을 칠한 것은 생태계의 순수함을 뜻하는것 같고, 레몬은 생태계의 최정점이자 자연의 열매인 인간을 상징하고, 그것을 나일론 그물망으로 싸서 나뭇가지에 매단 것은 문명과 욕심에 싸여 자연과 단절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인류를 상징하는 것 같고, 모체인 나무와 단절된 과일이 성숙하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인류의 운명도 그리될 거라는 암울한 예측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프레드리히 빌헬름 하이네 "물푸레나무 위그드라실" 1886


세계수는 우주적 질서를 상징하는 하늘과 인간이 생활하는 지상과 사후세계를 상징하는 땅 속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잎은 올려다 볼 때 하늘과 맞닿아 있으므로 천진한 유년 시절로 볼 수 있고, 줄기는 줏대가 생기고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든든한 역할을 수행하는 청장년 시절로 볼 수 있고, 뿌리는 조상을 상징하거나 사후세계를 상징하므로 세계수는 사람의 일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세계수는 사람과 동일시 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마을마다 고목이 있고 이것을 지배자처럼 불긋 푸릇한 천으로 장식하고 일 년에 한 번 음식을 바치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세계수 개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열매가 떨어져야 씨앗에 싹이 터서 다른 나무가 자랄 수 있을 텐데 레몬을 그물로 싸서 가지에 묶어 놓은 것은 자연스러운 순환을 막는 인류의 멸종을 경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수에 대한 개념은 스키타이 지역에서 극동까지 뻗어 있는데 신라 금관의 출자(出字)모양은 혹자는 사슴 뿔모양을 모방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나 내 생각에는 세계수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증거로 사슴뿔은 가지가 엇갈리게 나는데 반해 출자는 좌우대칭이고 영락과 곡옥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영락은 나무 열매를 상징하고 곡옥은 숲 속의 사냥감을 상징한다고 볼 때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금관이 얼굴을 덮고 있는 출토형태로 볼 때 부장품의 기능만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주술적 의미로 보아 국가적 중요행사에 왕이 금관을 쓰고 등장했음이 틀림없다. 기우제 같은 중요행사에 금관을 꼭 썼음이 틀림없다. 


신라 천마총금관


왕보다 왕비의 금관이 더 화려한 것도 자손을 풍성하게 생산하라는 주술적 의미와 관련 있을 것이다. 녹색의 곡옥은 숲을 표현하고 그 모양은 사냥감의 송곳니를 상징한다. 왕과 왕비가 죽으면 사후세계의 풍요를 위해서 나무 열매와 사냥감이 입 위치에 오도록 얼굴을 덮고 죽은 조상의 주술력을 빌려 자손의 풍요를 도모하려 했다.


 신라가 금에 집착한 이유는 광택이 햇빛을 닮았기 때문이다. 출토품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금 귀걸이이다. 당시 일반적인 디자인은 해를 상징하는 원형 고리모양이든지 나뭇잎이 모인 모양이었다. 고리와 작은 나뭇잎을 뭉쳐 놓은 것을 연결한 디자인은 따스한 봄 햇살에 싹이 트는 것을 연상시킨다.


신라 부부총 금귀걸이

 이런 귀걸이를 하는 것은 성장과 풍요, 나아가 다산까지 비는 도구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일이다. 조선시대 중기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귀걸이를 하고 다녔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을 외국에서는 고리사람이라 불렀다. 귀걸이를 하는 풍습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코리아, 고구려, 고려도 고리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 고구려는 순우리말로 고구리인데 구리고리의 준말이 아닌가한다. 구리는 고대에 금, 은, 동을 통틀어 말 하는 것 같다. 금 은 동은 광석이나 사금을 구워 만들기 때문에 구이 비슷하게 구리라고 했을 것이다. 언어학자의 연구가 필요하다. 요즘 남자도 귀걸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같아서 기쁘다.


한글 창제의 기본이 된 천, 지, 인 사상도 세계수 개념에 영향을 받았을것이다. 하늘은 해를 뜻하는 동그란 점으로 표현하고 땅은 가로로 그은 선으로 표현하고 사람은 줄기나 서있는 사람을 뜻하는 세로로 그은 선으로 표현하였다. ‘ㅗ’는 낮을 뜻하고‘ㅜ’는 밤을 뜻한다. ‘ㅏ’는 사람의 오른 손을 뜻하고 ‘ㅓ’는 왼손을 뜻한다.


천지인


팔괘도 세계수 개념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건괘는 숲을 나타내고 중간의 빈곳은 하늘의 뜻이 내려오는 것을 나타낸다. 곤괘는 지하세계를 나타낸다.



광안리 바닷가 모래밭에 박혀 있는 그 작품을 보니 컨셉이 소재인 바다와 어울릴까 하는 위화감에 한참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왜 하필이면 레몬일까 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우선 성적 유혹과 인간적 지혜를 상징하는 사과가 생각나는데 그것을 사용하기에는 제작의도를 너무 노출시키는 것 같고 구하기 쉬운 주황색 그물이 사과와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제외된 게 아닌가 한다.

미학적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같은 노란색인 망고는 쉽게 물러져서 지저분해지고 레몬은 오래 가기 때문에 미술제가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아 재활용하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전시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88올림픽개막공연의 주요 테마였던 세계수 개념과 타르코프스키감독의 영화 ‘기적’에 나오는 죽은 나무를 살리려는 노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짐작한다.

기적(The Miracle, 1959)

이 영화 엔딩장면에서 화면의 오른쪽에 가족의 사랑을 상징하는 집이 있고 왼쪽에는 죽은 나무가 심겨져 있는데 황혼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부각되면서 점점 멀어진다. 그 때 배경음악으로 바흐의 마테수난곡 중 ‘주여 자비를 저에게 베푸소서’라는 제목의 알토아리아가 나지막이 깔리며 가슴을 울린다. 이 음악으로 기도하는 간절함이 뼈에 사무친 캐슬린 페리오의 절창을 사용했다면 감동이 배가 되었으리라고 상상하면서 인류의 운명이 종교적 기적에 기댈 정도로 취약하다고 생각한 감독의 인식에 마음이 착잡했다. 



바흐 "주여 자비를 저에게 베푸소서"

Bach: Erbarme dich, mein Gott (Matthäuspassion) - Galou (Roth)

(https://www.youtube.com/watch?v=BBeXF_lnj_M)





살바도르 달리 The Persistance of Memory(기억의 지속) 1931 

https://www.google.co.kr/search?q=The+Persistence+of+Memory&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nvZWnoajZAhUHOrwKHea2D_EQ_AUICigB&biw=1280&bih=659&dpr=2#imgrc=bRy5ix-3V--dzM:


작자미상 옷보 19세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29693


백남준 TV Buddha(TV 부처) 1974

http://njp.ggcf.kr/archives/exhibit/tvistv/%EB%B0%B1%EB%82%A8%EC%A4%80_tv-%EB%B6%80%EC%B2%98_19742002


마르셀 뒤샹 Fountain(샘) 1917

https://i.pinimg.com/originals/7c/02/37/7c02378fbcee0c1a094b61a6042a1d24.jpg


데미안 허스트 For the love of God(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http://www.damienhirst.com/for-the-love-of-god


신라 천마총금관

http://news.joins.com/article/6574821


프레드리히 빌헬름 하이네 The Ash Yggdrasil 1886

https://en.wikipedia.org/wiki/Yggdrasil#/media/File:The_Ash_Yggdrasil_by_Friedrich_Wilhelm_Heine.jpg


신라 부부총 금귀걸이

https://ko.wikipedia.org/wiki/%EA%B2%BD%EC%A3%BC_%EB%B6%80%EB%B6%80%EC%B4%9D_%EA%B8%88%EA%B7%80%EA%B1%B8%EC%9D%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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