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좋았다.❞ - p.76
‘너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온라인 세계에서 보여지는 나는 맨날 낯선 곳으로 캠핑을 떠나고, 쉽게 여행을 가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아웃도어형 인간이니까. 마음껏 편집해서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세계에선 나는 내가 만든 사람이 된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은 안다. 너 사람 좀 만나, 집 밖으로 좀 나와, 새로운 곳에 좀 가봐! 마음에 들면 그곳만 가는 굉장히 게으르고 루틴한 인간임을 아는 건 가까운 사람들밖에 없다.(그리고 그게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
첫 페이지부터 ‘사실 나 여행 싫어해’라고 고백하는 저자의 솔직함에 이 두꺼운 책을 완독하겠노라 다짐했다. 세상 자유롭고 힙한 모습으로 SNS에서 그려지는 저자지만, 그는 몇년 째 같은 나라로 향한다.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여행이라기 보단 그곳에 있는 친구들의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어쩌면 똑같고 어쩌면 다른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간다. 수없이 나를 의심하면서도 오직 고유한 나로서 서고 싶은 마음, 그 사이의 수많은 갈등을 뜨겁게 기록한다.
두꺼운 책은 항상 겁부터 먹고 마는데 <쉬운 천국>은 딱 3일 걸렸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코를 쏙 박고 읽었다. 누군가의 기록 속에서 치열하게 갈등하던 지난 몇 년 간의 내가 보여서 신기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용기도 되었다. 내 속 아주 깊은 곳에서 용기가 끓어 오르는 느낌. 오랜만에 너무너무 행복하게 독서를 했다.
❝나는 아직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좋았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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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쉬운 천국
• 작가 │ 유지혜
• 출판 │ 2020, 어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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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출퇴근 독서 @ruby.not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