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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프 Nov 14. 2023

마음을 말랑하게

Day 1 - 지리산의 소리와 글쓰기


생각을 글로 옮겨놓지 않으니 삶이 단조로워진다.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다. 지루함의 원인을 알고는 있다. 바라는 결과가 있는데, 그게 이루어지기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므로 더 이상 그걸 바라지 않으면 적당한 에너지로 넘어갈 수 있는데, 생각을 글로 옮겨놓지 않으니 삶이 단조로워지고 삶이 단조로워지니 오직 그 영역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글을 쓰려 해도 그 영역에 관한 이야기만 하게 될 걸 알아 글을 쓰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예술, 아름다움. 뭐 그렇게 불리는 것들을 좇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숫자, 결과값, 돈. 뭐 그런 것들을 좇고 있다. 예리하고 명석했던 과거의 나는 어디 갔을까, 싶다가도 사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예리하고 명석한 시기는 지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에는 굉장히 잘 적응해 지내고 있다. 다만 영화도, 책도, 그림도, 사진도 잘 즐기지 않고 무언가에 대해 토론은커녕 깊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직 일과 내가 얻어내고자 하는 성과. 그 뿐이다.


두어 달 전까지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몇 달에 걸쳐 6kg 정도를 감량했고, 쭉 유지하다가 한 달 전쯤부터 2kg 정도가 도로 찐 상태를 간신히 유지 중이다. 출퇴근 시간과 회사와의 거리가 바뀌었고, 그래서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이 바뀌면서 다이어트용 운동을 좀 내려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달 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주 3회 아침 수영을 시작했고(주 3회를 꼬박 간 날은 얼마 안 되지만...), 가을 캠핑도 갔고, 프리다이빙 레벨 2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연습 삼아 다이빙 풀도 몇 번 다녀왔다. 생각해보니 한 달이 넘도록 (출근일 기준)매일 한 개씩 영어 문장도 외웠다. 무엇보다 일을 열심히 했다. 이런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요 며칠 새다. 그러니 어이가 없다. 여전히 이렇게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니. 어떠한 계기가 생기면 며칠 내라도 방방 뛸 수 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의 지루함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


이 지루함을 견뎌내기 위해 뭘 해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다, 마음을 말랑하게- 를 테마로 잡았다. 영어 공부도 좋고, 다른 생산적인 무언가도 좋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의 작은 우울은 나의 공허-과거에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비록 집중력은 도둑맞았고, 현실적인 성과에 집착하느라 자꾸 다른 길을 들춰보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서 마음을 말랑하게- Day 1. 오늘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브런치 글을 써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씩이라도,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내갈 수 있길. 그럼, 남은 오늘도 말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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