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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Nov 06. 2021

낯섦을 겪는다

낯섦을 겪는다.

감정적으로 겪는 아주 오랜만의 낯섦에 대해서,

일상에 반영되고 기분에 반영되고 사고에 반영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맘을 여는 일이 있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다, 나는 너무 익었다, 생각했던 건방짐에 대해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일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과 의미부여가 있다.)

그저 나의 겸손함과 부족함에 대해서 인지하는 일이다.


이러한 나의 마음이,

진정 이 사람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또 어지간히나 나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조차 개인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일 한 가지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이 내 속에서 일어날 때 드는 생각은,

내가 한 없이 겸손해지고 공손해진다는 사실이다.

내가 잘 나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감사하고 공손해 진다는 사실이다.


그저 그는 그 삶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살아왔을테다.

때로는 힘들고 또는 그 누구보다 초라하게 살아왔을테다.

그가 겪어왔을 풍파가 존경 스러운 지경이 되었을 때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 내가 그를 좋아하나보다. 아, 내가 그를 귀히 생각하나보다.

내가 겪어온 세월이 강하고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물론 건방지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가 겪어온 세월이 귀하고, 애닳프고, 가슴이 저릴 때, 아 내가 그를 좋아하나보다. 한다.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애닳픈 마음들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와주었으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겠지만, 오지 않으리라 해도 가혹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해보았던 일이고 남들보다 진하게 겪었다 생각했다.

세상 모두가 그리 살아가겠지만도 내 세상 속에서 나의 감정은 진실이었다.

지수를 사랑할 때.

그의 무언가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를 사랑한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오지 않아도 가혹하거나 잔인한 세상이라고 치부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찾아왔다. 

그래서 그 앞에서는, 그를 보며 느끼는 감정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 진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건 from me to them의 감정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자면 from them to me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랬을 때 나는 매우 겸손해진다.


사랑은 겸손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자신의 세상에서는 주인공이니, 모두의 그것은 뜨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괜찮았다. 나의 그것 또한 뜨거웠고 특별

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면 항상 겸손해진다.

미련이나 찌거기가 남은 어떤 감정이 아니다.

그저 내 생에 그 하나가 고유명사로 남았겠지.

그를 정말 사랑했나. 내가 부족하진 않았었나.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었나.

얼마전까지만해도 이 감정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그라는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했다. 

한 해씩 쌓여가면서 남는건,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나의 감정이 이러하니 그의 감정은 어땠을까 이러한 역지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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