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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Mar 14. 2023

인간이 인간을 만든다는 건

“임신입니다” 한마디가 주는 감격

병원엔 사람이 많았다. B는 “누가 저출생이래?”라고 푸념했다. 그도 그럴 것이 5시 10분에 예약을 했는데 벌써 30분째 대기 중인 것이다. 항의를 하지 않는 건 우리를 포함한 여기 모든 산모들이 모두 그렇게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뒤에는 젊은 아빠가 한 2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아를 돌보고 있었다. 남아는 가끔 등을 활처럼 휘면서 징징대었고 그 아빠는 그럴 때마다 번쩍 들어다가 안아줬다. 문득 저걸 하루 종일 하고 있다가는 정말 남아나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아니지, 아이를 낳은 이후로 계속 있을 일상이다.


그런 불안의 상상이 뾰족하게 튀어오는데 어느새 이름이 불렸다. “나도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거야?”라고 속삭였는데 B가 진료실 앞에서 같이 가자고 손짓을 했다. 그제야 허둥지둥 벗어둔 잠바와 가방과 핸드폰을 챙기고 바리바리 B를 쫓아갔다.


작은 진료실. 진료실에 오기 전까지 B는 걱정이 많았다. 임신 상태에 대한 걱정보다 오히려 진료 그 자체의 두려움. 여성의 그곳에 초음파 기구를 넣고 상태를 보는 과정이 B에게는 너무 무서운 것이었다.


나와 분리된 공간으로 넘어간 B는 어느 의자에 앉아서 초음파 검사 준비를 했다.


“자, 들어갑니다.”

“잠시… 잠시만요!”

“좀만 참으시면 돼요. 잠깐이에요.”

간호사는 지체 없이 사정 봐주지 않는 말투로 B를 달랬다.


“네. 후우 후우”

“들어갑니다.”

“으으윽!”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건데, B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B가 애써 참으며 고생하며 인내한 그 순간에 나는 그런 B가 안쓰러운 동시에 모니터에 나오는 초음파 화면을 보고 있었다. B의 자궁 속이 비쳤고, 조그마한 아기집이 보였다. 정말 아기집이었다. 아기의 집.


“네, 임신 맞고요. 여기 아기집도 잘 있네요. 난황도 정상 크기고, 5주 정도 되신 걸로 보여요.”

기진맥진해 나온 B와 나에게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사진을 한 장 전해줬다. 조그마한 아기집 사진.


“엽산 잘 챙겨드시고요. 2주 뒤에 오시면 심장소리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다시 봬요 “

진료실을 나오며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이거 진짜야? 진짜 임신인거지?”

“그런가 봐. 실감이 안 나”


이 순간을 간직해야 한다며 B는 산부인과 앞에서 초음파 사진을 든 나와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임밍아웃. 부모님에게 알리는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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