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드라마_Family Drama
지푸라기
흙탕물에 발 담그고
자식 같은 이삭을 머리에 이었다.
된서리 견디고 세파에 흔들리며
한 평생 허리를 숙였다.
겨우 이삭 털어 허리 필 겨를도 없이
그 허리 잘라내 새끼를 위한 줄이 되었다.
못난 이삭 떨어져 진흙탕에 빠지다
몇 남지 않는 당신의 머리칼을 잡았다.
농사가 하늘의 뜻이지
어디 내 뜻대로 되던가.
그렇게 속으로만 삭였다.
텅 빈 속으로 바람 들어
마르다 못해 부서지는데
한 겨울 추울까 진자리에 누워
마른자리 만드는 꿋꿋한 모정.
이 시는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속담에서 시작했다.
직업병인지 원래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왜?라는 물음을 지니고 살다 보니
어느 날 흔히 알고 썼던 이 속담에도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 지푸라기일까? 흔해서? 위급할 때는 비록 약한 것이라도
의지하고 싶다는 걸 극단적으로 표현하려 한 걸까?
그러다 지푸라기에 대해 생각해봤다.
논에 심은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면 탈곡을 하고
추수를 하고 그 볏짚은 새끼줄이 되기도 하고
불 쏘시개가 되기도 하고 퇴비가 되기도 한다.
마치 부모의 희생이 이러하지 않을까
잡생각이 이어지다 이 시가 나왔다.
내일이면 설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다짐하는 것 중 빠지지 않는 것이
효도인데 매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사랑과 효도는 큰 것이 아닌 잦은 표현과 행동이라는데
뚝뚝한 성격을 핑계로 매번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성의 없이 돈으로만 때우지 말고
아들이 부모님을 주제로 쓴
이 시라도 읽어드려야겠다.
이번 설은 눈물바다 예약이다.
대견해 눈물지으셔도, 허섭 해 눈물 나게 웃으셔도
내겐 다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