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코미디_History Comedy
왕자의 죽음
이 곳은 그 옛날,
왕자가 생생히 살아 숨 쉬던 곳.
전설도 신화도 아닌
역사적 사실이지만
그 누구 믿는 이 없네.
남겨진 기록은 없지만 그대 보오.
여기 왕자가 죽은 자리에
이렇게 왕릉이 있지 않소.
<뱃살에 대한 고찰 또는 왕자에 대한 고증>
.
.
그놈의 복근.
이 죽일 놈의 복근.
만남은 짧고 기다림은 긴 복근.
힘들게 만났다 해도 대놓고 자랑하기도 민망한 복근.
한 때,
술 약속도 별로 없고 입맛도 별로 없던 그때.
바쁜 일도 없어 운동만 열심히 했던 그때.
내 안에 숨어있던 왕자를 만났더랬다.
성취감과 기쁨도 잠깐.
무언가 씁쓸했다.
내가 만난 왕자는 마치 사도세자 같았다.
몇 날 며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쌀뒤주에 갇혀 죽어간 사도세자.
마음이 몹시도 서글퍼 술을 주었다.
밥과 고기도 듬뿍 주었다.
오랜 허기짐에 잠들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던 사도세자는
그제야 만족한 표정으로
왕릉 안에 편안히 영면했다.
그렇게 나의 왕자는 무로 돌아갔다.
역시 난 너무 착해 빠졌다.
나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