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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석 Jan 26. 2017

지푸라기

가족 드라마_Family Drama

지푸라기


흙탕물에 발 담그고 

자식 같은 이삭을 머리에 이었다.

된서리 견디고 세파에 흔들리며

한 평생 허리를 숙였다.

겨우 이삭 털어 허리 필 겨를도 없이

그 허리 잘라내 새끼를 위한 줄이 되었다.

못난 이삭 떨어져 진흙탕에 빠지다

몇 남지 않는 당신의 머리칼을 잡았다.

농사가 하늘의 뜻이지 

어디 내 뜻대로 되던가.

그렇게 속으로만 삭였다.

텅 빈 속으로 바람 들어 

마르다 못해 부서지는데

한 겨울 추울까 진자리에 누워 

마른자리 만드는 꿋꿋한 모정.




이 시는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속담에서 시작했다.

직업병인지 원래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왜?라는 물음을 지니고 살다 보니

어느 날 흔히 알고 썼던 이 속담에도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 지푸라기일까? 흔해서? 위급할 때는 비록 약한 것이라도 

의지하고 싶다는 걸 극단적으로 표현하려 한 걸까?

그러다 지푸라기에 대해 생각해봤다.

논에 심은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면 탈곡을 하고

추수를 하고 그 볏짚은 새끼줄이 되기도 하고

불 쏘시개가 되기도 하고 퇴비가 되기도 한다.

마치 부모의 희생이 이러하지 않을까 

잡생각이 이어지다 이 시가 나왔다.


내일이면 설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다짐하는 것 중 빠지지 않는 것이

효도인데 매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사랑과 효도는 큰 것이 아닌 잦은 표현과 행동이라는데

뚝뚝한 성격을 핑계로 매번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성의 없이 돈으로만 때우지 말고

아들이 부모님을 주제로 쓴 

이 시라도 읽어드려야겠다.

이번 설은 눈물바다 예약이다.

대견해 눈물지으셔도, 허섭 해 눈물 나게 웃으셔도

내겐 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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