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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뮤즈 Jan 12. 2019

인생은 프리지어처럼

꽃말: 당신이 더 아름다워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하다.

내면이 꽉 찼으면 좋겠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순수한 마음"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신념이 굳건했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마음과 정성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후회, 미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면 좋겠다. 만약 상처와 고민이 생긴다면, 나만의 치유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2018년을 맞이하면서 2017년 다이어리 마지막 장에 내가 써 내려간 글.


짧은 시간에 후다닥 써 내려간 글이었던 만큼 저 때의 내가 표현한 가장 솔직한 마음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2019년을 새롭게 맞이한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이 글을 들춰보니, 저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그것은 바로 '아, 저 때에는 내가 저 소망들 중에 그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조금은 씁쓸한 마음? 


읽자마자 느껴졌다. 저 특징들 중 내가 갖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하나라도 할래.. 제발!"라고 울부짖는 나의 우울함 가득한 마음이. 


"~한 사람이고 싶다."라는 나의 강력한 마음과 그를 자꾸 속으로 되새기는 행위는, 결국은 나 자신에게 "너는 현재 그렇지 않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야."라고 계속 이야기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쉽게 생각해보면, 내가 만약 바라는 모습 그대로의 사람이었다면 저런 간절한 마음을 품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아 물론, 가볍게 소망해보는 건 이 것과 다르다. 너무나도 강력하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만 현실의 나에게 들이미는 것은 이중성의 모순만 낳을 뿐이고 저 생각들이 지속된다면 그 이중성의 회로는 끝나지 않는다. 


이를 깨닫고 난 후, 이번 2019년을 맞이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2018년 동안 여러 *인생 도서*와 *인생 깨달음*을 만난 덕이 크다! (인생 끝까지 함께할 정도로 소중하다는 의미로 단어 앞에 '인생'을 붙이는 것에 재미 들렸다. 어떤 분이 시작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귀여운 발명이다.) 


나 자신의 중심은 나이고, 그것은 나의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포인트이며,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현재의 나와 이상 속의 나 사이에 간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어떤 모습도 강- 력하게 바라지 않기로 했다. 혹여라도 "~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면 나는 이제, "나는 이미 ~이다."라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된다. 그 어떤 이야기도 나 자신에게 어깨 힘 팍! 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잔잔하게. 


지나가다가 꽃집에서 귀여운 푯말을 보았다. 

"프리지어의 꽃말: 천진난만, 순수한 마음, 그리고 자기 사랑"

수첩에 적었다. 


내 인생은 프리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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