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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상존 Apr 28. 2024

주말을 완벽하게 망친 의뢰인의 밤전화

아무리 급해도 내 페이스를 지키자

그 누구라도 자기 전에 의뢰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밤샘작업 예정이라도 혼자 작업에 집중하고 싶은 거지 의뢰인과 긴장되는 통화는 사양이다)


의뢰인 유형 중에 (보통 활기 넘치는 사업가 중년남성이 이런 경우가 많음) 전화를 유독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전화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마음 급한 사람들에게는 전화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 같다.


물론 카톡으로 해소되지 않는 점이나 디자인방향이 잡히지 않을 때 혹은 의뢰인이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을 때 내가 전화를 먼저 걸기도 하지만 그런 것 말고 모든 끝마무리 피드백을 전화로 하고 싶어 하는 아저씨가 있다.


전화는 일단 내가 을이니까 감정적 응대를 하는 것도 피곤하고 (이전 브런치글에서 개인적 경험상 중년남성이 예민한 젊은 여성보다 응대가 편하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는 맞지만 아저씨도 그 나름대로 감정을 들어주는 내 나름의 화법이 있고 그것도 피곤피곤 ㅜㅜ 그냥 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제일 좋다.)

기록을 어차피 다시 정리해야 하는 것도 피곤하다.


그런데 오늘 밤 열두 시에 전화를 걸게 한 건 내 탓도 있다.

주말에 갑자기 문자가 와서 기존 작업물에 이상이 있다고 했는데 (아니 근데 그것도 파이널도 아니고 내가 한번 보고 금요일에 말해달라고 했는데 ㅅㅂ)

어쨌든 급한 의뢰인에게 나도 덩달아 급해져서 ㅜ 일요일에 처리해 준다고 했지만 영 신경 쓰여서 간략하게 수정할 방향을 의논하는 문자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 되었음을 ㅜㅜ…


나는 당연히 문자를 보냈고 굉장히 디테일하고 상세한 내용을 보냈기 때문에 의뢰인이 보고 납득하고 안심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전화해도 괜찮냐고.. 결국 적당히 둘러대고 전화를 받진 않았다. 뭐가 되었든 어차피 오늘 해결할 수도 없고 나는 답변도 충실히 했고(주말인데!) 그냥 의뢰인이 불안함을 해소하고 싶은 듯하여… 뭐가 궁금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미 나도 이슈로 날이 서있는 상황에서 해결을 위함이 아닌 응대를 위한 전화를 받으면 엄청 스트레스받을 것 같았다.


결론은 의뢰인이 좀 불안해하고 급해한다고 해서 내가 마음 졸이고 빨리 해결하려고 답신을 보내지 말자는 것 ㅜ 그렇게 하는 것은 의뢰인의 반응에 따라 내 마음 편하기 위함인데 가뜩이나 급한 의뢰인을 더욱 자극할 뿐 ㅋㅋㅋㅋ..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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