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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 Nov 10. 2024

여전히 그림 그리는 일이 좋다

2023. 1. 9 좋아하는 마음은 꼭 붙잡자 

지난해,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노력을 안 하면 의지가 사라진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리 좋아하고 의욕이 있던 일도 자꾸 생각하고 애쓰지 않으면 의욕이 사라져 결국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잊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일이 좋다고 말해왔는데 그동안 생계라던가, 건강이라던가 다양한 핑계로 그림 그리는 일을 미뤄왔다. 이대로 가다간 이루지 못한 꿈처럼 남을 것 같아서 지난 12월, 2022년이 가기 전에 그림에 대한 의욕을 살릴 만한 무언가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 번째는 그림이랑 다시 친해지기.

쉬는 날 그림 인스타그램도 구경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 전시도 보러 다녀왔다. 그림 인스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관심 갖던 작가님의 원데이클래스를 발견했다. 포근한 풍경화를 그리시는 마리아 작가님의 아크릴화 원데이클래스, 냅다 예약했다.


학원이나 스터디룸이 아닌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다. 마리아 작가님의 작업실은 작가님의 취향으로 꽉 채워진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의 일러스트북을 훑어보다가 나무가 있는 풍경화를 따라 그리기로 했다.


"그림을 그려보셨나요?"

작가님의 물음에 몇 초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네, 제가 입시미술을 했었는데요.'라고 말하기엔 10년이 더 지났다. '그림을 그리긴 하는데요.'라고 말하기엔 안그린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그려보긴 했는데요.' 라고만 말하기엔 내가 좀 그릴 줄(?)은 안다.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냐는 물음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모르는 정도로 그림을 안 그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게 맞을까? 내면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제가 디자이너라서요, 입시미술을 했었는데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가끔 그림을 배우기도 하고 혼자서 그리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바빠서 잘 못 그리고 있어서, 다시 그림에 대한 의욕을 갖고 싶어서... 등등의 대답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는데... tmi인간이 되기는 싫어서 "네, 조금.." 이라고 과묵한 척 말을 아꼈다.


종이에 간략히 스케치를 시작하고 바로 아크릴물감을 칠하기 시작했다. 작가님은 어디부터 어떤 식으로 채색을 하면 좋은지, 작가님만의 조색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주셨다. 완전히 물감을 섞지 않고 각각의 색감이 살아있는 여러 색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전에는 전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오묘한 색감에 마음을 온전히 빼앗겨 2시간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림을 깊이 들여다보고 상상하고, 마음이 끌리는 색을 골라 물감을 섞고, 종이 위에 미끄러지듯 붓을 춤추며 칠하고, 그 위에 또다른 색을 찾아가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물감을 섞거나 종이 위에 붓을 놀리는 이 단순한 일 자체가 명상 같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릴 때에는 쓸데없는 걱정같은 잡념이 들지 않는다. 온전히 나와 종이,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붓과 물감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이 좋다.


나는 무언가를 그림이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림으로 뭘 하고 싶은 걸까? 올해는 이 물음에 답변을 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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