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첫 전시를 마치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3N년을 살아오며 항상 했던 것 같다.
그리면서도, 그리지 않으면서도 나는 늘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싶어했다.
어렸을 때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좋아서였는지, 잘 그렸다고 칭찬받는게 좋아서 였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큰 후에는 디자인 대학에 가기위해 먹고 사는 일을 할 수 있는 발단을 만들기 위해서 단지 그 이유로 그렸다. 그림을 사랑하다가 디자인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입시미술을 시작하고 그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3년을 쏟아부었지만 입시에 실패했고 미술과는 관련이 없는 전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림에 재능이 없음이 판명난 것 같은데 끈질기게도 나는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지곤 했다.
어느날은 색연필로, 어느날은 오일파스텔로, 어느날은 물감으로, 어느날은 디지털드로잉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나는 그다지 재능이 있는 편도, 팔릴만한 그림을 그리는 편도 아니었기에.
문득 죽기전에 내 그림으로 전시 한 번은 해보고싶다는 생각에 전시반 화실을 등록했다. 충동적이었다.
내 그림이라는 것을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왕초보 화가로써 전시를 준비하는 일은 쉽지않았다.
나의 그림 스타일도, 그리고 싶은 것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몰랐다. 전시를 할만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걸 이미 시작하고나서 알아버렸다.
어떤 것을 그려야 할까. 나는 숲과 꽃, 나무의 자연을 좋아하니까 자연을 그리자. 스마트폰에 담아뒀던 사진들과 이미지를 그려보기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두근거렸던 마음과는 달리,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이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자연에 무엇을 담고 싶은걸까? 내가 담고 싶은게 있긴 한가?
조금 더 나의 내면에 깊이 들어가기로 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일이 그렇다. 어느 사람은 그냥 예뻐 보이는 걸 그리고 싶어서,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붓칠이 재밌어서 다양한 이유로 그림을 그리겠지만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전하는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싶을까. 그림을 그릴 때에는 번뇌와 잡념이 사라진다. 마치 명상처럼 내 머릿속을 비우는 기분이 든다.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 물감을 섞고, 어떤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붓질을 한다. 이 과정들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잡념이 많은 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이 명상으로 와닿는 이유다.
그림은 나에게 비움이고 휴식이며 내가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나는 이 비우는 마음, 쉬는 마음, 살아있는 자체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그림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뻗어나간다
바람이 통한다
살아있다 이 곳에
나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