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20대의 자화상>
나는 꽤 오랜 시간 불안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 때부터 일을 하면서 이직을 고민하고 다시 진로를 고민하고 공부를 하고 새로운 나를 찾는 지금까지도 꽤 오랫동안 불안했던 거 같다.
확실한 건 몇 년 전에도 이런 글을 캡처한 기록이 있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글이 내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을 보면 여전히 마음을 현재에 두고 있진 못했나 보다.
“근데, ‘현재의 나’에 집중한다면 어느 곳에서든 만족을 찾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어떤 위치에 있고,얼마를 가졌건, 어디서든 불안할 거예요”
얼마 전 상담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순간 멍해졌고 저 글이 퍼뜩 떠올랐다. 그리고 내 불안의 이유를 알게 됐다. 나는 끊임없이 미래에 나를 두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러다 취직이 안되면? 돈을 못 벌면? 이룬 것도 없이 이대로 도태되면? 이번 생 망한 건가? 계속해서 질문했고 계속해서 비교했다. 나는 2040년쯤 늙고 힘없고 메말라버린 미래에 나 홀로 남겨둔 채 스스로 비참해지길 자처했는지도 모르겠다.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명상을 추천했고 이 질문을 해보길 제안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이 어둠의 시기를 ‘나를 알아가는 시기’로 정의했다. 허울 좋은 말로 자기 위안 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만 속칭 이 ‘개 같은 시기’에 실제로 나는 나를 많이 알게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잘하고 또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내 삶의 방향과 자세를 정하는 튼튼한 자원이 될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 방향이 내가 버틸 수 있는 위로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
나를 잘 아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내 길을 걷고 평정을 찾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어렵지만, 당장 내일 일도 모르겠고 코로나로 2020년을 잃어버릴 줄 아무도 몰랐듯이 어차피 우리는 불확실 속 미래를 살고 있다.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는 것. 거기서 나를 찾고 조금씩 나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닐까.
힘들긴 하지만 힘내려 애쓰는 내가 대견하고 애처롭다. 어느 영화 대사였던가 ‘나는 내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나는 정말 그렇다. 그리고 누구의 인생에나 한 번쯤은 있을 이 개 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나포함) 끝까지 무너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