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하이의 방역 체계가 1급에서 2급으로 변경되었다. 그 말은 이 도시가 컨트롤이 되고 있다는 말이며, 그동안의 엄격했던 방역체계, 규정을 완화시키겠다는 말이다. 그런 상징적인 날을 의미하여 상하이시 정부 청사에서 열린 월요일의 첫 회의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미팅을 하는 모습을 기사로 내보이기도 했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사는 그 날 말이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 얼굴을 두 달간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마주 보고 수다를 떨고,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식은 피자처럼 건조하고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졸업식이 끝난 후 학사모를 던지는 것처럼 방역체계가 완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서로 환호성을 지르며 마스크를 벗어던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파티를 열어야 할 그날 사람들은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마스크를 벗어 미팅을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벌써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거야?’ 라며 되물었다. 아무도 그 질문에 부정하지 않았다. 다들 쓰고 있던 마스크를 고쳐 쓸 뿐이었다.
언제쯤 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하이에선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 늘었다. 레스토랑이던 쇼핑몰이던 마스크 안 쓰면 출입 불가라며 예전처럼 출입을 막지도 않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매일 몇 천명씩 늘어나는 확진자수를 보던 두 달 전과 비교하면 몇 일째 10명도 채 늘어나지 않는 지금은 기적과도 같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불안한 것이다. 실패를 겪은 사람에게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걱정 마.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있을 거야.'라고 위로를 해주어도 실패의 상처가 너무 커 그 위로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좋은 일들이 일어날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전쟁을 겪고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처럼 바이러스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죽음, 절망, 실업, 빈곤, 실패가 남았고 우리 역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가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라고 그 시작은 쉽게 알렸을지는 몰라도 ‘이제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그 누군가의 끝맺음은 더 많은 노력과 희망이 필요할 것이다.